"다들 '뒤로' 외칠때, 맨뒤서 '밀어' 외쳐"…경찰, CCTV 분석
이태원 참사 당시 누군가가 고의로 밀어 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목격담이 온라인 곳곳에서 나오는 가운데 경찰이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는 등 본격적인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31일 YTN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사람들이 ‘밀치지 마세요’라고 하는 소리가 조금씩 들렸다. 그런데 뒤쪽에서 ‘야, 밀어 밀어’ 이러니까. 앞뒤 사람 밀치고, 밀쳐진 사람들이 그대로 넘어지고 그 앞에 사람들이 또 밀쳐지고, 도미노로 쓰러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생존자로 보이는 듯한 글 작성자가 "내 뒤에 있었던 20대 후반처럼 되어 보이는 놈이 '아 XX 밀자 얘들아' 이러고 지 친구들끼리 '밀어 밀어!' 이 XX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진짜 내 뒤에서 20대 후반 가르마 파마에 토끼 머리띠 쓴 XXX아, 넌 만나면 X인다"라고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유명 유튜버 선여정씨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당시 뒤에서는 ‘야 밀어 우리가 더 힘세! 내가 이겨’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순환이 엉키면서 갑자기 (앞뒤 무리가) 서로서로 힘을 가하며 밀었다”며 “줄다리기하듯 엄청 강한 힘으로 앞뒤, 양쪽에서 압박이 오며 눈앞이 하얘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선 다른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신을 목격자라고 밝힌 글 작성자는 “사고 나고 뒤로 가라고 ‘뒤로’라고 다들 외치고, 맨 뒷사람들은 사고 난 걸 아예 몰라서 잘못 듣고 ‘밀어’라고 듣고 밀어를 외친 게 영상에 찍힌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밀치기’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은 가운데 경찰은 참사를 빚은 골목길 주변 CCTV와 현장을 촬영한 각종 SNS 영상을 확보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디지털 증거 긴급 분석 대상’으로 지정한 뒤 대기 시간 없이 관련 영상에 대한 분석에 돌입해 빠른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또 주변 상인이나 사고 현장에 있던 시민 등 목격자들을 상대로 최초 사고 발생 지점, 이후 상황 전개 과정 등도 세밀히 확인할 계획이다.
한편 만일 고의로 밀치기를 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라면 고의 상해나 살인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 등 죄목 성립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엄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누구를 위해를 가할 의도로 밀었다면, 여러 형법적 부분이 걸려 있을 수도 있다”며 “고의 상해나 살인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해 등의 죄목이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발적 행사 참여 행사에서 누구 하나를 특정해 꼭 집어 말하긴 어려운 부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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