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쇼트 시네마⑪] 링링', 세차게 불어온 태풍에 조각난 '소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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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그리고 아빠의 수첩에서 링링이라는 여자 이름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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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진아는 주말마다 낚시를 가는 아빠의 낚싯대가 새것처럼 깨끗해 의아하다. 엄마에게 이상하다고 말하니 "얼마큼 소중히 다루길래 그러겠냐"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그리고 아빠의 수첩에서 링링이라는 여자 이름을 발견한다. 그리고 링링이라는 주점 업소 댄서 명함을 우연치 않게 길에서 발견한다. 혹시 아빠가 바람을 피는 것일까란 의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다.
엄마는 베란다에서 문을 닫고 담배를 피면서 공기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엄마를 바라보고 있던 진아는 베란다 창문을 열어준다. 그리고 엄마는 옆에 선 진아에게 교회 사람들의 험담을 늘어뜨린다.
진아의 동생은 방에 들어온 진아를 밀치며 "죽여버린다"라는 거친 말을 내뱉는다. 문 사이에 낀 진아의 교복 치마. 동생은 문을 열어줄 생각이 없다. 할 수 없이 진아의 치마는 찢겨 나간다. 이 가족은 서로 마주 보거나 눈을 보며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않는다. 4인 가족이 한 장면도 함께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진아의 치마를 꿰매주며 자신의 엄마랑 담임 선생님이랑 바람을 피우는 중이라고 고백한다. 진아는 바람이 이다지도 쉬운 것인가 혼란스럽다.
태풍이 심하게 부는 어느 날, 어김없이 아빠는 낚시를 하러 나간다. 가족의 해체를 막고 싶은 진아는 아빠를 미행한다. 그리고 혼자서 성행위를 하는 아빠를 보게 된다.강력한 태풍과 마치 대결을 하듯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는 아빠의 모습이 당혹스럽기만 하다. 실체 없는 의심은 산산조각이 난다. 하지만 이 조각이 진아를 깊이 찌른다.
바람을 피우는 아빠, 은밀한 성 취향을 가지고 있는 아빠 중 어떤 게 더 나은 걸까. 하지만 진아는 더 이상 아빠를 원망하거나 질문을 건넬 수 없다. 아빠는 태풍을 이기지 못하고 괴상한 모습의 시체로 돌아왔다.
영화는 진아 가족의 분위기를 음산하고 축축하게 그려낸다. 평범한 가족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성적인 분위기로 연결시키는 메타포 장면도 곳곳에 배치됐다. 특히 첫 장면에서 진아의 아빠는 진아의 방에서 어떤 일을 하다가, 진아가 깨자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성인 아빠가 여고생 딸 방에 혼자 들어와있는 장면부터 시작돼 불온한 이미지를 주입한다. 또 가족 사이에 틈이 생길 때마다 엉덩이나 발 등이 물에 젖는 진아의 모습이 이어진다. 결국 이 물기는 가족 사이의 선을 긋더니 심지어 해체라는 태풍으로 돌아왔다.
사실 첫 장면에서 아빠가 진아 방에서 한 일은 낚시터에서 진아와 엄마, 그리고 동생의 사진을 찍은 모습을 액자로 걸어놓는 것이었다. 4인 가족은 한 번도 영화에 한 장면에 담기지 않으며 영화의 결말을 암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진아는 남성들의 시선이 자신의 다리에 고정돼 있단 사실이 불편해 치맛단을 매만진다. 그리고 결국 유골함을 놓쳐 아빠의 재는 바람에 흩날려간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던 진아는 결국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이 눈물은 아빠를 잃은 슬픔이라는 감정 하나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이 왜 '링링'인지는 각자 아빠와 엄마의 바람 사실을 공유한 뒤 나누는 진아의 친구 대사에서 유추 할 수 있다.
"태풍이 왜 여자 이름인지 알아? 태풍이 여자처럼 온순해져서 부드럽게 지나가길 바라나 봐. 이번 태풍 '링링'이 여자 이름이잖아. 너 같으면 조용히 넘어가겠냐?" 러닝타임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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