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명 기권시키고 9홀로 열린 KLPGA 정회원 선발전 최종 라운드
지난 28일 전북 군산의 군산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 투어 정회원 선발전 본선 최종 3라운드를 앞두고 안개가 껴 경기가 3시간 가량 지연됐다.
시간이 지나 안개는 걷혔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출발 시간이 늦어지면서 선수들이 경기를 마칠 수 없었다. 골프장은 선수들의 경기 이후 여유 시간을 두지 않고 일반인에게 부킹을 해준 상태였다.
경기위원회는 9홀 경기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도 모자랐다. 9홀, 반쪽 라운드를 한다 하더라도 115명 선수가 모두 경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안 됐다.
그러자 주최 측은 하위권 선수들에게 기권을 종용했다. 현장에 있던 선수의 부모들은 “하위권 선수들은 어차피 경기하더라도 10위 안에 들 수 없는 상황이니 기권이 낫지 않느냐. 지금 기권하면 불이익도 없고 그린피도 환불해 주겠다"고 주최 측에서 설득했다는 것이다.
결국 115명 중에서 43명이 기권을 했다. 한 부모는 “협회가 회비, 참가비 다 받으면서 경기를 이런 식으로 해도 되는 건가. 이건 상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강제로 기권을 시켰다면 경기 취소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선수의 코치는 “대회 요강에 ‘천재지변에 의해 본선 경기를 36홀로 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그렇다면 무리해서 선수들을 기권시키지 말고 마지막 라운드를 취소하고 36홀로 하면 되는데 요강에도 없는 9홀 경기를 진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선수의 아버지는 “최종라운드가 9홀뿐이라 한 번 실수하면 만회하기 어렵다. 2라운드까지 10등 안에 있던 선수들은 긴장감 속에 경기하고, 10등 바로 바깥에 있는 선수들은 어차피 취소될 경기였으니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경기할 수 있어 불공평한 구조”라고 말했다. 9홀 경기로 인해 합격자 10명 중 2명이 바뀌었다.
KLPGA 관계자는 “18홀을 도는 것이 정상이지만 악천후로 인해 시간이 안 되면 9홀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 일본에서도 9홀 라운드를 한 적이 있고 골프 규칙이 점점 융통성이 많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9홀 경기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할 수는 있지만 협회와 골프장, 스폰서 등이 경기조건으로 합의하면 클레임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점프투어(KLPGA 3부 투어)는 날씨가 좋지 않으면 9홀 경기를 하곤 한다.
한 선수 관계자는 “정회원 선발전 최종라운드를 9홀로 하는 것은 1년간 이 대회를 준비한 선수와 학부모들에게는 모욕이다. 골프장에서 그린피를 받으려고 9홀이라도 하자고 한 것 같은데 하위권 선수들의 경기할 권리를 없애면서까지 그렇게 해야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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