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내외 금리는 어떻게 예측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2022. 10. 3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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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2023년,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앞두고 각종 예측이 또다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나 믿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는 것이 요즘 주식 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현실이다. 지난주부터 경기, 금리, 주가, 환율 등 네 분야에 걸쳐 어떻게 예측해야 할지, 그 방법을 제시하는 시나리오로 두 번째 주제인 금리예측 방법을 다룬다.

한 나라의 금리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법이 있으나 주요 투자은행들이 그동안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이 적절했는가를 평가하는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이 널리 알려져 있다. 테일러 준칙은 적정금리를 측정하는 방법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나 엄격히 따진다면 사전에 적정금리를 추정하는 방법이기보다 사후적인 검증지표다. 이 준칙은 성장과 물가가 목표에서 차이가 나면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고 그것이 과연 적절했는가를 검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산출방식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테일러 준칙은 평가 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 반응 계수(중앙은행의 정책 의지를 나타내는 계량수치를 말한다)를 곱한다. 같은 방식으로 경제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 반응 계수를 곱한 후 이를 모두 더해 구한다. 어빙 피셔 공식에 따라 소비자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것과 비교해 현 금리 수준의 적정성을 따지고 앞으로 금리변경 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

금리는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기 때문에 경제여건을 반영하는 적정수준보다 현재 금리가 낮으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면 된다. 반대로 현재 금리가 적정수준에 비해 높으면 금리가 내려간다고 보면 된다. 이를테면 2021년처럼 우리의 기준금리가 0.75%인 상황에서 성장률이 4%,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로 예상되면 코로나 사태로 상흔 효과가 많은 젊은 세대와 소상공인들이 금리를 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더라도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율을 더한 적정금리 수준이 6%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리 예측과 관련해서는 '기준금리 사전예고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매 분기 경제전망이 발표될 때마다 3분기 후의 기준금리 수준과 필요할 경우 2∼3년 동안 기준금리 결정 방향까지 내놓는 방침을 말한다. 이 제도가 처음 나왔을 때 제안자인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이름을 따 '버냉키의 만용'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나 자세히 뜯어보면 깊고 많은 내용이 함축돼 있어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속속 받아들이거나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른 제도와 구별되는 점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숨은 의도가 내포돼 있다. ‘맨큐 경제학’의 저자로 잘 알려진 미국 하버드 대학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이런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제도로 이해된다.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한 신흥국 중앙은행도 필요한 제도다.

비슷한 맥락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의도도 강하게 비쳐진다.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는 과정에서 부채가 과다하게 많아진 통화정책 여견에서는 기준금리만큼 국민경제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변수는 없다. 짧게는 3분기 후, 길게는 2∼3년 후의 기준금리 방향과 수준을 알 수 있다면 경제주체들은 보다 안정적으로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앞으로 '기준금리 사전예고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각국 경제가 더 견실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여지는 크게 제한돼 있다. 기준금리는 더이상 내릴 수 없고 유동성 조절정책도 잠복된 인플레이션 우려로 추가적인 양적완화 추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Fed와 한국은행이 가장 심하다.

<그림 1> 미국 국채금리와 주가지수 추이 (자료 : 한국은행 해외경제정보)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 사전예고제가 실시되면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이 강화돼 금융권에서만 맴도는 돈이 실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가장 고민해 왔던 아킬레스건이 풀리는 셈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심리적인 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가 큰 시대에서는 이 효과는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런 만큼 학계에서 보이는 관심도 높다.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시차가 얼마나 짧아졌는가에 대한 논쟁이 지속돼 왔다. 앞으로 3분기 후의 기준금리 수준을 예고한다는 것은 케인즈언의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 통화량 조절→금리변경→총수요 영향→성장률 결정) 상의 시차가 약 9개월 정도임을 각국 중앙은행이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시장에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물가 안정에 최우선순위를 둬야 할 각국 중앙은행이 사전에 예고한 말과 약속을 지키다 보면 오히려 이것이 부담이 돼 물가가 불안해지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갈수록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행태 변수(behavior variables)가 관리 가능한 통제변수(control variables)보다 훨씬 많아지는 인플레이션 관리 여건에서는 충분히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물가는 해가 지날수록 하향 안정되는 추세다. 세계화·디지털화 진전에 따른 최종상품의 가격파괴 현상으로 '아마존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전통적인 통화론자(현대 통화론자의 구별하기 위해 이렇게 붙였다)의 주장대로 물가 안정만을 고집하는 '천사와의 키스'할 경우 중앙은행은 무력화된다. 오히려 고용 창출과 같은 다른 목표를 추구하는 '악마와의 키스'를 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존재 이유를 살리면서 ‘K자’형 양극화 구조가 심화되는 여건에서는 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아직도 설립목표 변경해 주저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경기순환 면에서는 과열일 때 정점을 더 끌어 올리고 침체일 때 저점을 더 끌어 내리는 경기 순응성을 줄이는 효과 즉 '자동조절기능(stabilizer)'도 기대된다. 경기 진폭이 줄어들면 코로나 사태 이후 주가 등 금융변수 변동성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는 '팻 테일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사전금리 예고제는 코스피 지수를 1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대형 호재다. 부자들이 이 제도를 특별히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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