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수 억 번 찔린 것 같았다" 20살 아들 잃은 美아빠의 통곡

정현진 2022. 10. 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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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이 서울의 압사 사고 지역에 있었다. 우리는 아직 그로부터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당국이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소식이 있으신 분은 공유해달라."

15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소식이 전해진 뒤 아들을 서울로 유학보낸 미국인 스티브 블레시(62)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아들 스티븐(20)의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이렇게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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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우리 아들이 서울의 압사 사고 지역에 있었다. 우리는 아직 그로부터 소식을 듣지 못했다. 당국이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소식이 있으신 분은 공유해달라."

15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 소식이 전해진 뒤 아들을 서울로 유학보낸 미국인 스티브 블레시(62)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아들 스티븐(20)의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이렇게 글을 올렸다. 초조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답을 기다리던 그는 네 시간 뒤 "방금 아들의 사망 소식을 확인받았다"는 글을 남길 수밖에 없게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는 글을 올린 이 날 아내와 함께 쇼핑 중이던 중 동생으로부터 '한국의 상황에 대해 들었느냐'고 묻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서울에 있는 아들의 안부가 걱정된 블레시는 아들과 친구, 정부 관리들에게까지 연락을 돌리다 마침내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스티븐이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2명 중 한 명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였다.

블레시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앨라배마주의 대학에 다니는 장남 조이를 데리러 애틀랜타 외곽에서 출발해 운전하는 중이라며 "수억 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무 감각이 없이 망연자실하고 동시에 엄청난 충격이었다"며 믿을 수 없는 소식에 심적으로 무너졌음을 호소했다.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에 다니던 스티븐은 해외 대학에서 한 학기를 다니고 싶어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2년간 뜻을 이루지 못하다 이번 가을학기 한양대로 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모는 지난 8월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아들을 애틀랜타 공항에서 눈물로 배웅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아들과 사진도 찍었다. 블레시는 국제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은 아들이 동아시아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블레시는 "내 아내는 라틴계지만 아들은 라틴아메리카에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면서 "스티븐은 스페인어뿐 아니라 한국어를 정말로 배웠다. 엄마보다 더 많은 언어를 할 수 있기를 원했던 것"이라고 NYT에 밝혔다.

서울에 있던 스티븐은 가족들과 왓츠앱을 통해 자주 연락을 해왔고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 중간고사를 마친 그는 토요일 밤을 맞아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가 핼러윈 축제에 가게 됐다고 부친은 전했다. 블레시는 "이 모든 일이 벌어지기 30분 전쯤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서 '네가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다 안다. 안전하게 다녀라'라고 했다. 하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스티븐은 여행과 농구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들이었다고 블레시는 밝혔다. 스티븐과 장남 모두 보이스카우트 최고 영예인 '이글스카우트'였다고 한다. 블레시는 "모험심이 강하고 외향적이며 다정한 성격이었다"면서 "그를 잃은 것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 블레시 외에 이번 사고로 숨진 두 번째 미국인은 켄터키대 학생 앤 기스케로 추정된다. WP에 따르면 켄터키대는 30일 성명을 통해 간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기스케가 서울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차마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실"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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