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이태원 참사... "인파 몰릴 것 알았지만 통제 부족"

윤현 2022. 10. 3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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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CNN 등 안전 관리 부실 지적...목격자 "두 명에게 심폐소생술, 모두 숨졌다"

[윤현 기자]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의 증언을 보도하는 영국 BBC 방송 갈무리.
ⓒ BBC
 
주요 외신은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의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증언을 전하며 미흡한 안전 관리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에서 5년째 정보통신(IT)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 출신 뉴힐 아흐메드(32)는 30일 영국 BBC 방송에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지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거의 매년 핼러윈 파티를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왔었다는 그는 "올해는 예전과 달리 군중 통제가 없었다"라며 "가만히 서 있어도 앞뒤에서 사람들이 밀었고,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두려움을 느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질식하고, 넘어지고, 비명을 질렀다"라며 "그 모든 것을 지켜봤으나 나를 비롯해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라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온 두 여성은 "쓰러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응급구조원 말고도) 심폐소생술을 할 사람이 필요했다"라며 "지나가던 사람들이 요청을 받고 모두 달려가 도움을 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심폐소생술을 할지 몰랐으나 옆에 있던 사람들이 가르쳐준 대로 두 명에게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둘 다 숨을 거두고 말았다"라며 "지금도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라고 슬퍼했다.

CNN "당국, 군중 규모 실시간 모니터링할 책임 있어"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를 보도하는 미 CNN 방송 갈무리.
ⓒ CNN
 
안전 관리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미 CNN 방송은 목격자들을 인용해 "상황이 치명적으로 변하기 전까지 군중 통제가 거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구가 1천만 명에 달하는 서울에서 혼잡한 거리에 익숙한 시민들에게 이태원의 인파는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니었다"라면서도 "어떻게 이런 참사가 벌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 재난관리 전문가 줄리엣 카옘은 CNN에 "서울 시민은 인파가 밀집된 공간에 익숙하기 때문에 충분한 경각심을 가지지 못했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당국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직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을 대피시킬 필요성을 감지할 수 있도록 군중의 규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책임이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사망자(한국시간 30일 오후 9시 기준)가 남성(56명)보다 여성(98명)이 훨씬 많은 이유도 분석 대상이 됐다. 군중 안전 전문가인 영국 잉글랜드 서퍽대 G. 키스 스틸 방문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압사에 더 취약하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몇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은 남성보다 체구가 작은 반면에 가슴 위쪽에 질량이 더 많기 때문에 압력이 가해지면 더 위험하다"라며 "또한 남성은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힘이 더 강하기 때문에 압력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에 놀란 일본... "핼러윈 경계 강화"
 
 핼러윈 주말을 맞아 일본 경찰의 안전 대책 강화를 보도하는 NHK 방송 갈무리.
ⓒ NHK
 
이태원 참사로 2명의 사망자가 나온 일본은 핼러윈 주말을 맞아 도쿄 도심의 경계를 더욱 강화했다.

일본 NHK 방송은 "일본 경시청은 서울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에 따라 군중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화하고, 경찰 인력도 평소보다 더 많이 배치하기로 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핼러윈을 맞아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드는 도쿄 시부야에서는 'DJ(디스크자키) 폴리스'로 불리는 질서 유지 담당 경찰이 마이크를 잡고 사진 촬영 등을 위해 걸음을 멈추는 사람이 있으면 "서 있지 말고 계속 걸어달라"고 끊임없이 요청했다.

시부야를 찾은 한 부부는 NHK에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두려움을 느꼈고, 이날 시부야에 오는 것을 망설였으나 잠깐이나마 걷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한국에서의 큰 사고가 벌어졌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일찍 귀가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 2001년 7월 효고현에서 불꽃놀이 축제를 보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11명이 사망하고 247명이 다친 바 있다.

한편 외신들은 이태원 참사로 미국, 프랑스, 중국, 이란, 태국, 호주, 일본, 노르웨이, 스리랑카 등 여러 국가에서 자국민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추가 피해 상황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일 기도에서 "어젯밤 서울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압사 사고로 인해 비극적으로 숨진 많은 희생자, 특히 젊은이들을 위해 기도하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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