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장관 "지금 상황, 쿠바 미사일위기때 같아…바이든 대화 나서야"

"러, 늘 협상할 준비 돼있어"
"우크라 문제, 美와 회담 개최 우선"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 정부가 현재 서방과의 대결 상황은 60년 전 미국과 소련과의 쿠바 미사일 위기 때와 같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협상에 소극적이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전황 악화와 대내외적인 여론 악화로 빠른 휴전협상이 필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0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과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상황에 "유사점이 있다"면서 "그때와 지금 모두 러시아 국경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당시 튀르키예(터키)에 있던 주피터 미사일보다 위협이 더 가깝다. 또한 온갖 종류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군사 작전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10월, 당시 소련이 핵탄도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는 시도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대치하면서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던 국제적 위기를 의미한다. 라브로프 장관은 쿠바 미사일 위기를 언급하며 재차 러시아의 핵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때와 지금 상황이 다른 것은 1962년에는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책임과 지혜를 보였으나, 현재 미국과 그 위성 국가들은 그런 의지가 없다는 점"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그러한 지혜를 발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협상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은 지금도 변치 않았다"며 "서방의 긴장 완화에 대한 제안을 언제든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전황 악화로 우크라이나 주요 전선에서 전면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서방과의 조속한 협상을 희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크렘린궁도 미국을 겨냥해 러시아와 대화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국영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논의하려면 먼저 미국과의 회담이 개최돼야한다"며 "미국 당국자들이 지난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분석하고 있을 것으로 100% 확신한다"며 "적어도 그들은 러시아의 '레드라인'이 어디인지, 그리고 왜 '레드라인'이 생겼는지 이해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 회의에서 "2차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10년"이라며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위험하고 피비린내 나는 게임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와 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