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번 동시에 찔린 것 같다"…美아빠 울린 '이태원 악몽'

이태원 참사로 연락두절된 아들에 관한 소식을 수소문하는 미국인 부친의 트윗. 사진 스티브 블레시 트위터 캡처

서울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미국인 아빠가 슬픔을 토로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티브 블레시(62)는 29일 아내와 함께 쇼핑하던 중 동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 들었느냐'며 두 달 전 유학을 위해 한국으로 건너간 차남 스티븐(20)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사고가 있던 그 날 밤, 블레시는 아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미친 듯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아들의 대답은 없었고, 블레시는 아들 친구와 정부 관리들에까지 연락하며 애타게 아들을 기다렸다.

그러던 그에게 또 다른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아들 스티븐이 사망했다는 주한미국대사관 측의 연락이었다. 스티븐은 이날 15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이날 사고로 스티븐을 포함해 미국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비보를 들은 블레시는 앨라배마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큰아들 조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차를 몰고 애틀랜타 교외를 나섰다. 그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억 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았다"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스티븐은 두 달 전인 지난 8월부터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스티븐은 국제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고, 동아시아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했다고 그는 전했다. 당시 중간고사를 막 마친 스티븐은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주말 밤을 보내기 위해 외출을 할 것이라고 블레시에게 말했다고 한다.

블레시는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30분 전쯤 아들에게 문자를 보내 '네가 밖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알고 있다. 안전하게 다녀라'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아들에게 답장을 받지 못했다.

블레시는 스티븐이 여행과 농구를 좋아했고,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스티븐과 조시 모두 보이스카우트 최고 영예인 '이글스카우트'였다고 전했다. 그는 "스티븐은 모험심이 강하고 외향적이며 다정한 성격이었다"며 "그를 잃은 것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참사로 숨진 미국인 중 또 다른 한 명은 켄터키대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앤 기스케(20)로 알려진다. 그 역시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켄터키대는 총장 명의로 낸 성명에서 "학교 구성원들은 한국에서 유학 중이던 학생 중 한 명인 앤 기스케의 비극적인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며 "그의 가족과 계속 연락을 취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