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해져있는 '엄마의 무게?' [정채영의 영한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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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홀로 아이를 낳고 유기해 처벌받은 사건은 주기적으로 보도된다.
2021년 고시원에서 홀로 출산한 아이를 유기해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20대 여성, 지난 4월 집 화장실 출산한 아이를 유기해 징역 3년을 선고받은 20대 여성.
프랑스와 독일, 일본의 경우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아이를 유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원을 밝히지 않고 출산하는 내밀출산이 가능한 병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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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사건 발생시 아이 아빠 언급 없어…"처벌은 범죄 주체에 내려지기 때문"
프랑스·독일·일본 '내밀출산' 도입…한국, '보호출산제' 논의중이지만 진전 없어
여성이 아이 유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 생각해야…정부 차원 대책 필요
여성 홀로 아이를 낳고 유기해 처벌받은 사건은 주기적으로 보도된다. 2021년 고시원에서 홀로 출산한 아이를 유기해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20대 여성, 지난 4월 집 화장실 출산한 아이를 유기해 징역 3년을 선고받은 20대 여성. 모두 여성이 처벌받았다.
지난해 10월 자신의 집에서 홀로 출산을 한 여성은 출산 후 정신을 잃었다. 1시간 30분 후 여성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아이가 숨진 상태였다. 여성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징역 2년4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생부와 연락이 닿지 않는 점과 가족들이 실망할 것을 우려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분만 직후 병원에 갔으면 아이는 살았을 것"이라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사회가 그렇다. 여성이 출산 중 고통에 정신을 잃은 것보다는 끝까지 아이를 책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지적한다. 엄마의 무게가 원래 정해져 있기라도 한 듯이.
그렇다면 아이 아빠는? 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임신은 혼자 하는 거냐는 입장과 여성의 범죄에 처벌한 것 아니냐는 입장이 언쟁을 벌인다. 그러나 법은 "처벌은 범죄의 주체에게 내려지기 때문에 아이 아빠를 찾는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전문가들은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에 대해 우리 사회가 손가락질한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한다. 아빠 없이 아이를 낳았다는 것에 대해 여성과 아이가 받아야 하는 비난은 덤이다. 임신도 결혼을 하지 않은 것도 죄가 아니지만, 홀로 아이를 낳고 키우겠다는 결심을 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와 독일, 일본의 경우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아이를 유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원을 밝히지 않고 출산하는 내밀출산이 가능한 병원이 있다. 영유아의 유기·살해 방지를 위해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생겨났다. 우리나라도 내밀출산과 유사한 보호출산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진전되지는 못하고 있다.
아이를 죽였다는 죄책감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전과. 이 여성이 앞으로 짊어질 무게는 충분히 무겁다. 왜 여성이 자신이 출산한 아이를 유기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막을 방법이 나와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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