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전조 증상, 예방 가능" vs "경찰 인력 재배치로 해결됐을 문제 아냐"

임철영 2022. 10. 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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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첫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었음에도 정부가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어떠한 규명을 하지 않은 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는 이 장관의 단정적인 발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 책무를 희석할 수 있다"면서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전가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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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장관 발언 논란…"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 모이지 않아, 소방인력 재배치로 해결될 문제 아닌 것으로 파악"
민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안전관리 책무 희석시킬 수 있어…깊은 유감"
"경찰과 소방 인력을 인근에 더 배치했더라면 최악의 사태 막았을 수도" 목소리
주요 외신 "예방 조치 부족" 지적
핼로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이 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첫 핼러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었음에도 정부가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핼러윈 데이에 10만명이 모일 것으로 전망하고 마약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 단속 중심으로 200명의 인력을 배치하는 데 그쳤다.

특히 국가 재난대책을 책임지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이지 않았고, 미리 경찰과 소방인력을 배치 했어도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놔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3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긴급현안 브리핑에서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며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장관은 "이태원은 종전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쪽에는 평시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되었었던 것으로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인력 상당수가 광화문 집회 대응에 투입되고, 교통 상황으로 현장에 소방 인력 투입이 지연되면서 사건 발생 1시간이 넘어서야 현장 확인 후 대응 1단계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어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가지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곳으로 경찰 경비병력들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태원에 투입된) 경찰 병력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며 "경찰 경비병력의 상당수는 광화문 이쪽으로 배치가 돼 있었다. 또 지방에 있는 병력까지도 동원 계획이라든지, 유사시를 대비해서 짜여져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핼로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상점이 문을 닫고 영업을 중지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과 소방 인력을 인근에 더 배치했더라면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 장관의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해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어떠한 규명을 하지 않은 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는 이 장관의 단정적인 발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 책무를 희석할 수 있다"면서 "참사의 책임을 희생자들에게 전가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민변은 그러면서 "참사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있어서는 안 될 부적절한 발언을 한 이 장관에게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사고 현장에서 CPR(심폐소생술)을 도운 배우 윤홍빈씨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번 참사는 함께 아파하고 애도해야 할 사건"이라면서 "이 참사는 전조 증상이 충분히 있었고 예방이 가능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측 통행을 할 수 있도록 가운데 경찰분들이 서 있기라도 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요 외신들도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풀린 후 맞은 첫 핼러윈 축제임에도 경찰 등 한국 정부의 사고 예방 조치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뉴욕 존 제이 범죄학 컬리지 강사인 브라이언 히긴스를 인용해 경찰과 공공 안전 당국자들이 쏟아져나온 규모의 군중에 대한 대응에 준비가 안 된 상태였던 걸로 보인다며 "충분한 현장 인력과 계획이 없었던 것은 꽤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히긴스는 이어 "수용 가능한 규모보다 더 많은 인파가 그 공간에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며 "많은 사람이 안에 들어간 상황에서 그들을 빨리 해산시킬 계획 또한 있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한국 경찰이 핼러윈 경비를 위해 이태원에 200명의 경찰관을 배치한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번 참사가 안전 불감증 및 대비 부족으로 인해 촉발된 '인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전했다. 이어 이태원 상인들과 정부 당국자들이 대규모 군중 집결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해야 했다는 인터뷰를 소개했다.

한편 지난 26일 경찰과 용산구를 포함해 지역 상인단체 관계자,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 등이 간담회를 열고 핼로윈 인파 등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했음에도 관련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0명을 이태원에 배치했지만 이들은 성범죄, 마약, 절도 등을 단속하는 임무에 치중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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