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원인은… “군중 관리와 차량 통제 없었다”
지난 29일 밤 벌어진 ‘이태원 참사’의 원인으로 군중 관리 소홀과 차량 통제의 부재를 꼽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군중 관리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사회 등의 유기적 협조가 부족했고, 최근 여의도 불꽃축제처럼 차량의 출입을 막는 등의 적극적인 사고 예방 조치가 부재했다는 지적이었다.
백승주 한국 열린사이버대학 특임 교수는 31일 YTN 뉴스특보 인터뷰에서 이태원 참사의 가장 중요한 원인에 대해 “군중관리에 대한 문제”라고 요약했다.
백 교수는 먼저 “단위면적 1㎡당 3명이 적정치이고, 콘서트에서 사람들이 밀집된 상태를 5명 정도로 본다. 이때는 완전히 관리가 되고 안전하게 지원이 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대규모 피해가 생겼던 이태원 골목길 사고 현장은 길이 5.7m, 폭 3.2m에 달하는 약 18.24㎡(약 5.5평) 공간이었다. 약 300명이 작은 원룸 크기 정도인 이 공간에 6~7겹씩 뒤엉켰다. 대략 1㎡당 16명이 있었던 셈이다. 숨진 154명과 다친 132명 등 이번 참사의 모든 사상자가 여기서 나왔다.
백 교수는 “(1㎡당) 10명이 초과되면 정상적인 군중이 이상군중 상태로 넘어간다. 이상군중의 특징은 3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이상군중은 먼저 상호 의사 전달이 되지 않는 ‘의사소통의 부재’ 상태에 놓이게 된다. 다음으로는 ‘모순된 행동’을 한다. 야유를 하거나 비명을 덮는 등 도덕적으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마지막이 ‘경쟁행동’이다. 백 교수는 “예를 들면 반대쪽으로 미는 것이다. 밀집이 높으니까. 이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인데 여기(이태원)에서도 그런 소식이 들렸다”고 했다.
그는 “이상군중은 개개인의 의도로 되는 게 아니다. 군중의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군중밀도에 대한 사전관리가 부족한 부분이 중요한 핵심 포인트라고 본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이뤄진 합동대책회의에서 주로 범죄예방에 초점이 맞춰진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사전에 구청 그리고 경찰, 소방서와 합동대책회의를 했다는데, 거기에서 집중한 부분은 방범이었다”며 “경찰이 하는 업무는 방범 치안이 가장 기본이기 때문에 압사나 이런 부분의 아이템을 정해서 시나리오를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발방지에 대한 측면으로 말씀드린다”며 재난안전관리에 있어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대책 수립과 실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주최 측이 없다고 하는데 주최 측을 만들도록 했어야 한다. 비공식적인 지역축제도 지역축제다. 이런 재난 대책은 적극적이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자체장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상인회 동의가 있어야 될 것이고, 군중이 될 시민과 경찰, 소방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유기적으로 되려면 주도적인 역할은 아무래도 지자체가 하는 게 제일 효율적이고 맞는 일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66조의 11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그 이외의 자가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를 개최할 경우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가 주최한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이를 지도·점검하거나 시정 요청을 할 수 있다. 주최자가 그 이외의 자인 경우에는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이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차량 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구급차가 신속하게 현장에 도착할 수 없었던 점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환자들을 직접 살핀 의사 A씨는 YTN 인터뷰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만에 열린 여의도 불꽃축제 때도 많은 인파가 올 거라는 걸 예상하고 여의도 일대에 차량 진입을 못하도록 조치했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큰길을 비워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핼러윈 축제도 많은 인원이 몰릴 것을 예상하고 차량 통제 등 가능한 예방조치를 사전에 실시하고 긴급상황에서 구급차나 구급대원분들이 더 신속하게 현장에 오셔서 구조작업에 투입할 수 있었더라면 ‘골든타임’ 안에 응급조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실제 현장에서 경찰관, 소방관, 구조대원들, 의료진, 많은 시민분이 정말 최선을 다했다”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고 싶은 건 지금 이 상황에서 제일 힘들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은 유족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더 많이 살리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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