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에스컬레이터 '디딤판' 출시한 대륜엘리스
"부르는 게 값"이 된 현실…중국산 저가 경쟁, 이제 그만
디딤판·마찰감소판 특허, 안전·품질 비교 우위 '월등'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국산 에스컬레이터 부품이 개발·출시되면서 중국산 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에스컬레이터 시장의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에스컬레이터 제조·설치 업체인 대륜엘리스는 지난 6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자사가 개발한 '디딤판(Step)'의 부품안전인증서를 취득, 시판을 준비 중이다.
이기랑 대표는 "아직 시판하지 않고 있는데도 중국 저가 제품의 잦은 고장으로 에스컬레이터 유지·보수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던 공공기관 등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숙제가 있지만, 시장 전망은 굉장히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국산 디딤판은 현재 조달청 '혁신제품' 심사 중이며, 지정 절차를 통과하면 서울교통공사 등의 시범구매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시범구매사업에서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아 '우수조달제품'으로 등극하고, 공공기관과 수의계약을 통해 고정매출은 확보한다는 것이 대륜엘리스의 1차 목표다.
"부르는 게 값"이 된 현실…中, 세계 에스컬레이터 부품 90% 공급
에스컬레이터는 중국에서 완제품을 들여오는데, 디딤판 같은 경우 최초 주문 때 예비로 2~3장 이상을 추가로 요청한다. 중국산 부품의 잦은 고장으로 빠른 보수를 위해 미리 부품을 확보하는 것은 업계의 철칙이다. 1~2년 내 부품 교체 시기가 오는데, 그때 가서 부품을 주문하면 상식 밖의 가격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찰 때는 완제품 가격이고, 개별부품 단가를 별도로 책정하지 않는데, 이후 유지·보수를 위해 개별 부품을 주문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2년 전 한 공공기관에서 에스컬레이터 보수를 위해 디딤판을 별도로 주문했을 때 디딤판 1장의 가격이 45만원에 달했다. 지난해는 다른 공공기관에서 한 대기업에 보수를 맡겼더니 디딤판 1장에 책정된 가격이 123만원이었다. 중국 제조사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국내 부품사가 없고, 전 세계 에스컬레이터 부품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중국의 배짱"이라면서 "경쟁사가 없으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국산 디딤판은 '안전'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중국산 디딤판은 중량이 10.5㎏으로 가볍다. 대륜엘리스의 디딤판은 중국산 디딤판보다 5㎏이나 무거운 15.5㎏이다. 디딤판은 무거울수록 좋다. 안정감이 있고, 충격에도 강하다. 가벼우면 진동으로 흔들리기 때문에 사고위험이 높고, 소음도 심하다.
에스컬레이터가 가동하기 위해서는 스커트 가드(측면 벽)와 에스컬레이터 사이에는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 이 공간이 측면의 벽과 마찰하면서 진동하거나 소음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부품이 닳아 공간이 더 벌어지면 신발이나 이물질 등이 빨려 들어가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디딤판·마찰감소판 특허, 안전·품질 비교 우위 '월등'
대륜엘리스는 이 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테플론(PTFE) 재질의 '마찰감소판'을 개발했다. 플라스틱보다 강하고 탄성을 가진 마찰감소판을 디딤판 양쪽에 부착해 벽과 마찰해도 소음이 없고, 내구성이 뛰어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중국산 디딤판은 벽과 디딤판 사이의 공간을 메꾸기 위해 '안전부러쉬(스커트 디플렉터)'를 사용한다. 안전부러쉬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닳기 전에 교체해줘야 하는데 그 교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층고 6m(운행 길이 10m) 에스컬레이터 1대 기준 이용객들이 많은 환승 지하철역의 경우는 1년에 1번, 보통은 2~3년에 한 번 정도 안전부러쉬를 교체하는데 대당 140만원(업계 평균)의 교체 비용이 든다. 1호선 등 오래된 역사는 10대, 최근 신설역사는 20대 이상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역사마다 최소 1400만~2800만원의 교체 비용을 별도로 책정하고 있다.
대륜엘리스의 디딤판은 더 무거운 데다 마찰감소판까지 붙여야 하므로 생산단가가 비싼 편이다. 국산 디딤판의 장당 가격은 30만원으로 '부르는 게 값'이 돼 버린 중국산 디딤판보다 훨씬 저렴하지만, 완제품이 아닌 개별 부품이라는 점이 약점이다. 개별 부품으로 국내 유지·보수 공사 현장에 공급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나, 완제품으로 들여오는 만큼 중국 제조사의 협력업체로도 참여해야 한다. 결국 가격경쟁력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생산단가를 얼마나 더 낮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면서 "대량생산과 함께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륜엘리스는 현대엘리베이터에 다니던 이 대표가 독립, 2010년 설립했다. 설립 10년만인 2020년 매출 110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97억원으로 줄었다. 디딤판 판매를 시작하지 않은 올해는 110억원을, 디딤판 판매가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매출 3000억원 돌파가 목표다.
이 대표는 꾸준히 미래를 준비해왔다. 이번 국산 디딤판과 마찰감소판은 국제특허를 신청 중이고, 수년 전부터 설계 및 기술인력도 양성해 왔다. 지난 6월에는 승강기 대학이 있는 경남 거창군에 제2공장도 준공했다. 인재와 기술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문제점 극복을 위해 미리미리 대비해 온 것이다. 이 대표는 "매출 3000억원은 직원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면서 "발전하는 중소기업이라면 인재가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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