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문제가 곪아서 터진, MLB 월드투어 파국

배중현 2022. 10. 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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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MLB 월드투어 최종 무산
경기 일정부터 무리한 대회
출전 수당 두고도 뒷말 무성
고가 티켓 판매 지지부진
"MLB랑 프로모터간 문제"
9월 19일 오후 부산시청 로비에서 열린 국내 프로야구 출범 후 첫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인 코리안 투어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항준 프로모터 대표, 송선재 MLB 한국지사장, 짐스몰 MLB 부사장, 허구연 KBO 총재, 박형준 부산시장, 장창익 (주)동원개발 전무.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 정도로 많은 관심이 쏠렸던 MLB 월드투어는 29일 최종적으로 대회가 취소됐다.

문제가 곪아서 결국 터졌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29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11월 열릴 예정이던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MLB 월드투어)'를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KBO는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허구연 KBO 총재에게 (대회 취소에 따른) 유감을 표하는 서신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소식이 전해진 뒤 한 구단 관계자는 "설마설마했는데 진짜로 대회가 취소될지 몰랐다. 구단들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4월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개최를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MLB 사무국이 적극적이었다. KBO 관계자는 "우린 'MLB가 돈을 다 대는 게 아니면 프로모터 계약이 필요하다'고 했고 짐 스몰 MLB 인터내셔널 수석 부사장이 프로모터(제이원 컴퍼니)를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대회 관련 공식 기자회견에는 허구연 KBO 총재, 스몰 부사장, 박형준 부산시장 이외 이항준 제이원 컴퍼니 대표, 장창익 동원개발 전무, 송선재 MLB 코리아 지사장 등이 참석했다.

애초부터 무리한 대회라는 얘기가 많았다. 'MLB 올스타의 100년 만의 방한'이라는 의미를 걷어내면 대회는 문제 투성이었다. 경기가 열리는 시점부터 우려가 컸다. KBO는 '팀 코리아(KBO 올스타)'와 '팀 KBO(영남 연합팀)'로 팀을 나눠 11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팀 KBO가 한 차례 MLB 올스타를 상대하고 팀 코리아가 12일 사직구장, 14~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경기할 예정이었다. 영남 연합팀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가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 정규시즌 최종전이 열린 지난 8일 휴식 중이었다.

대회 취소가 발표되기 전 A 구단 단장은 "프로야구 흥행을 위해서 대회를 하는 건 맞지만, 정식 국가대표 평가전도 아니지 않나. PS를 치르고 있는 팀은 그나마 몸이 만들어져 있을 텐데 그렇지 않은 구단은 난감할 수 있다"며 "시즌이 다 마무리된 상태에서 힘을 쓰면 부상 위험도가 높을 수 있다. 경기 중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KBO에서 책임질 것도 아니지 않나. 그렇게 되면 선수나 구단 모두 손해다. (구단으로선) 이득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B 구단 단장은 "선수들이 회복 훈련을 하는 시기인데 경기를 뛰려면 새로 준비해야 한다. 큰 틀에서 협조하지만, 구조적으로 최고의 경기력이 나오기 쉽지 않다"고 꼬집었다. C 구단 단장은 "현실에 잘 맞지 않은 대회다.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PS를 치르는 팀에서도 빽빽한 일정 탓에 "쉴 틈이 없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9월 19일 오후 부산시청 로비에서 열린 국내 프로야구 출범 후 첫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인 코리안 투어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짐스몰 MLB 부사장이 대회 개최 확정 안내 및 경기 일정 소개, 양 팀 선수단 구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국내 선수들의 출전 수당을 두고 여러 뒷말이 나왔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MLB 선수들과 비교해 출전 수당이 차이 날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 안팎에선 그 차이가 "4배 안팎"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를 두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반발이 심했다. 선수협은 프로모터의 능력에 의구심을 갖고 "대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스몰 부사장이 프로모터로 계약한 회사가 'MLB 월드투어'를 치를 정도의 자금력과 대회 운영 능력을 갖췄느냐에 의구심을 가졌다.

그 사이 대회는 계속 엇박자가 났다. MLB 올스타가 나설 거라는 기대와 달리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를 비롯한 'S급 스타'의 출전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4일 발표된 티켓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직구장은 7만원(1/3루 외야 지정석)에서 39만원(중앙탁자석A), 고척 스카이돔은 6만원(외야 3/4층)부터 39만원(다이아몬드석)까지 티켓 가격이 형성됐다. 대회 기대가 떨어지는데 티켓이 워낙 고가이니 판매가 지지부진했다. '고가 티켓 판매→대회 운영비 충당'이라는 공식이 일찌감치 깨졌다.

KBO 관계자는 “이번 취소는 MLB 사무국과 프로모터간의 생긴 문제"라고 했다. KBO로선 대회 취소로 인한 금전적 손해가 크지 않지만, 팬들의 신뢰는 치명타를 입게 됐다. MLB 사무국의 일방적인 통보로 대회가 무산된 만큼 향후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스몰 부사장은 "그동안 MLB는 한국 내 이벤트 프로모터와 계약 관련한 몇 가지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노력해왔다"며 "안타깝게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한국의 팬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높은 수준의 경기를 마련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투어 일정을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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