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이후 사망 겨우 9명 감소…또다시 여야 쟁점 됐다

오현석 2022. 10.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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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경북 봉화군의 한 아연광산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사고 발생 당시 지하 190m 위치에서 작업 중이던 작업자 2명은 닷새 넘게 고립된 상태다. 연합뉴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27일)와 경기 안성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 붕괴 사고(21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 평택공장 끼임 사고(15일) 등 최근 산재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1월 말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보완 여부가 또다시 여야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권이 “처벌만으로는 사고를 줄일 수 없다”며 보완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야당은 “중대재해법을 오히려 강화할 필요가 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경북 봉화 아연광산 사고를 언급하며 “사고 발생 후 책임을 묻는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소중한 생명의 희생을 막을 수 없다”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산업재해 대책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장에서 작동 가능한 산업재해 예방 방안을 마련하겠다.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며 처벌보다는 예방에 방점을 둔 정책을 예고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30일 오전 페이스북에 “건설공사 현장, 노동 현장에서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최근 입법화되고 시행 중에 있지만, 그런 법제화가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날 이태원 핼러윈 행사 참사에 대한 애도와 위로를 전하며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분석과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 1월 말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 개정 또는 시행령 개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산업재해나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게 골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에서 '중대재해 처벌 무력화 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용산 대통령실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도 지난 1~8월 산재 사망자가 4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1명)에 비해 단 9명 줄어든 것으로 드러나자, 고용노동부는 내부적으로 시행령 개정을 포함한 새 로드맵 마련에 들어갔다. 앞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특정한 예방 조치를 마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형량을 감경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했고, 기획재정부도 지난 8월 중대재해법 처벌규정 완화 등을 고용노동부에 제안한 상태다.

다만 이번 중대재해법 개정 논의에 핼러윈 참사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대재해법상 ‘중대시민재해’는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한 재해를 일컫는데, 핼러윈 참사는 시설물 관리 문제가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는 거론되진 않고 있다.

민주당은 “재해가 줄지 않았는데 처벌을 완화하자는 게 무슨 논리냐”며 중대재해법 개정 논의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와 중대재해법 완화를 멈추고 노동자들이 두려움 없이 일터로 나갈 수 있도록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하라”고 주장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지난 29일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면서 한 편에서는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하니, 도무지 일관된 철학이나 세계관을 찾을 수가 없다”며 “어떤 사건이든 깔때기를 꽂아 자신의 의제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기 전에 공감 능력부터 키우라”고 비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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