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린 이들 당겼지만 꿈쩍도 안해… 인파엉켜 CPR 골든타임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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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선 심폐소생술(CPR)의 '골든타임'인 4분 이내 구조가 지켜지지 못했다.
좁고 긴 골목에 인파가 뒤엉키면서 구조인력이 들어갈 틈이 없었고 어렵게 현장에 도착했을 땐 깔린 희생자들을 빼낼 수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된 상황이었다.
29일 오후 10시15분 신고 접수 2분 뒤 현장으로 출발한 구급대원들이 도보로 겨우 참사 현장인 골목 초입 부분에 도착했지만 곧바로 구조 작업에 들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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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친구 살려달라” 울부짖는데
골목 초입서 진입 막혀 구조 지연
시민들, CPR 힘보태고 환자 옮겨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선 심폐소생술(CPR)의 ‘골든타임’인 4분 이내 구조가 지켜지지 못했다. 좁고 긴 골목에 인파가 뒤엉키면서 구조인력이 들어갈 틈이 없었고 어렵게 현장에 도착했을 땐 깔린 희생자들을 빼낼 수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된 상황이었다.
30일 국민일보가 현장에서 만난 참사 목격자들은 구급대원이 참사 현장에 빨리 접근할 수 없었고, 현장에 겨우 도착해서도 구조 작업을 진행하는 데 애로가 많았다고 말했다. 투입된 경찰과 구급대원은 거듭 “비키세요”를 외치며 사고 현장에 진입하려 했지만 쉽게 전진할 수 없었다. 음악 소리와 비명 소리가 뒤엉키면서 불과 수m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사고조차 인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29일 오후 10시15분 신고 접수 2분 뒤 현장으로 출발한 구급대원들이 도보로 겨우 참사 현장인 골목 초입 부분에 도착했지만 곧바로 구조 작업에 들어갈 수 없었다. 현장 촬영 영상을 보면 경찰과 구급대원은 압사 상태로 의식을 잃은 한 여성 피해자를 구조해보려 팔을 거듭 당겼지만, 여러 겹의 인파에 눌린 피해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상당수 피해자들은 얼굴이 퍼렇게 질리는 등 호흡이 어려워졌다. 또 다른 현장 목격자는 “눌린 사람들은 숨을 잘 쉬지 못하는 상태로 고개만 내밀며 고통스러워했다”며 “경찰과 구급대원이 계속해서 깔린 사람들을 빼내려고 했지만, 워낙 짓누르는 무게가 무거워서 꺼내는 게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골목에 있던 사람들이 연이어 의식을 잃으면서 급박해진 구급대원들은 주변 시민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CPR을 할 줄 모르는 이들도 구급대원을 도와 들것으로 환자를 옮기고, 환자 주변에 두세 명씩 달라붙어 팔다리를 주물렀다. 들것이 모자라자 시민들은 각자 팔과 다리를 잡고 구급차가 있는 큰 도로까지 부상자를 옮기기도 했다. 인근 주점 2층에 있던 박성웅(25)씨도 심각한 골목 상황에 신병훈련소 조교 경험을 살려 곧바로 심정지된 피해자에게 CPR을 시도했다. 박씨는 “피해자에게 숨을 불어넣을 땐 ‘기적을 보여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CPR 모습을 목격한 차모(30)씨는 “처음에는 누워 있는 사람들을 보고 술에 취해 집단으로 기절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차씨 눈앞에서는 50명이 넘는 사상자들이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서 사람들이 갈비뼈가 부서질 정도로 10분 넘게 계속 CPR을 하고 뺨을 때리는데도 아무도 일어나지 못했다. ‘친구를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에선 골든타임이 흐르는 와중에 제대로 된 CPR을 할 줄 아는 이가 적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씨는 “손바닥 아랫부분으로 가슴을 압박해야 하는데 손바닥 전체를 쓰다 보니 힘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푸른 모포로 덮여 거리에 뉘어지는 이들도 늘어났다.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진행한 한 의사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CPR를 하면서 (환자들의) 복부가 점점 팽창하는 걸 느꼈다”며 “환자 한 분만 그런 게 아니라 제가 보고 있던 5~6명 정도가 다 그랬다”고 말했다. 이 의사는 가스가 찬 것인지 출혈이 있었던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는 31일 오전부터 서울광장과 이태원광장에 마련된다.
김용현 이의재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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