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죽음, 막을 수 없었나

김판,양한주,김이현 2022. 10. 31.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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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거리에서 하룻밤 새 150명 넘게 사망하는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몰려든 인파로 사고 현장이 삽시간에 통제불능 상태가 되면서 손쓸 겨를도 없이 참극이 빚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0일 오후 11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 사망자는 154명에 달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차모씨는 "인파가 많은데도 길을 막거나 통제하는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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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154명 사망자 대부분 20~30대… 피해 늘 수도
운집 예상됐지만… 경찰·지자체 등 시민 안전 안일한 조치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을 찾은 시민들로 세계음식문화거리가 걸음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메워져 있다. 해밀톤호텔 옆의 폭 3.2m 골목에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0명 이상이 사망하는 최악의 압사 참사가 났다. 소셜미디어 캡처


서울 이태원 거리에서 하룻밤 새 150명 넘게 사망하는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몰려든 인파로 사고 현장이 삽시간에 통제불능 상태가 되면서 손쓸 겨를도 없이 참극이 빚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 행사가 가능해지면서 10만명 이상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관계 당국과 인근 상인회의 현장 관리 등 안전 조치가 안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0일 오후 11시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 사망자는 154명에 달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20~30대였다. 외국인도 14개국 26명이 숨졌다. 132명의 부상자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이후로도 더 늘 수 있다.

압사 위험성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경찰은 현장에 배치된 인력을 주로 마약 등 범죄 예방·단속에 투입했다. 이태원을 관할하는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태원 인근에 10만명가량이 모여들 것으로 보고 137명의 경찰관을 현장에 배치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12 신고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해 형사들을 배치하고 교통 관리에 인력을 투입하는 등 복합적으로 대응했다”며 “대규모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마약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집중 단속할 예정이었지만, 참사 사고 이후에는 대부분 경찰관이 사고 수습에 투입됐다.

유동인구 관리 등 현장 조치가 느슨했던 건 행사를 주관하는 주체가 별도로 없었던 탓이 크다. 관계 기관들은 대책 회의를 열긴 했지만 관행적인 조치만 취했을 뿐 위험 상황 대비는 거의 없었다. 서울시는 핼러윈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고, 용산구청 역시 지난 27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압사 사고 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소방서는 지난 28일부터 나흘간 이태원 일대 안전순찰을 돌기로 했지만 인파가 밀집하는 오후 10시에는 순찰을 종료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차모씨는 “인파가 많은데도 길을 막거나 통제하는 게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겹겹이 쌓인 채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들을 구조하려는 장면. 소셜미디어 캡처


이태원 부근 도로에 사람과 차들이 한데 엉키면서 구조 작업도 지연됐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인원과 차량이 너무 많아서 한 번에 뚫고 들어가기 힘들었다”며 “비상이 걸리자마자 출동했는데, 차량이 너무 많아 중간에 내려 걸어갔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용산구 등 행정당국이 긴급 상황에 대비해 교통 통제 대책 등을 강구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인들도 낙상 사고 등 일부 안전 조치만 취했을 뿐 폭발적인 인파에 대비한 안전 대책은 세우지 못했다. 이태원관광특구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핼러윈인 데다가 주말까지 끼어 있어서 폭발적인 인파가 예상됐다”며 “다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여서 따로 출입을 통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29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총 13만131명으로 집계됐다. 거리두기가 없었던 2019년 핼러윈 때 9만여명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지하철 이용객 수 기준으로만 3만명 이상 늘었다.

사고 현장을 촬영한 각종 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참사는 경사가 심한 좁은 골목의 위쪽에서 일부 시민들이 넘어지면서 경사를 따라 사람들이 줄줄이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는 오후 10시15분쯤 벌어졌다.

김판 양한주 김이현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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