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이 밀면 18t압력’… 좁고 경사진 골목서 도미노처럼 깔려

송경모,양한주,성윤수 2022. 10. 3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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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서울 한복판에서 15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는 너비 3.2m, 길이 40m, 경사도 10도의 골목에서 손쓸 겨를도 없이 발생했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평시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구간이다.

사고 당일은 평소보다 인파가 훨씬 더 몰리면서 이 골목 주변은 빽빽하게 인파로 채워졌다.

특히 사고 전후 '유명인이 일대에 나타났다'는 얘기가 돌면서 경사진 좁은 골목은 숨쉴 틈조차 확보하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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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 왜 컸나]
폭 3.2m 사방 벽과 인파로 막혀
‘유명인 왔다’는 소문 돌며 더 혼잡
선 채로 짓눌려 질식사한 경우도
29일 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수많은 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몰려 있다. SNS 캡처


주말 밤 서울 한복판에서 15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는 너비 3.2m, 길이 40m, 경사도 10도의 골목에서 손쓸 겨를도 없이 발생했다. 희생자들은 몸을 피할 샛길 하나 없이 사방이 벽과 인파로 꽉 막힌 공간에서 변을 당했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평시에도 유동인구가 많은 구간이다. 지리적으로 서울지하철 6호선 출구 4개를 끼고 있는 이태원역 삼거리와 호텔 뒤편의 세계음식문화거리를 연결한다. 지하철역을 나와 유명 식당과 술집 등이 모여 있는 세계음식문화거리로 들어가려는 이들과 그곳에서 나오려는 이들이 좁은 골목에서 한데 뒤엉킬 수밖에 없다.

사고 당일은 평소보다 인파가 훨씬 더 몰리면서 이 골목 주변은 빽빽하게 인파로 채워졌다.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10만명 안팎의 인파가 이태원 일대로 쏟아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행인들의 보폭은 좁아졌다. 소규모 가판에서 핼러윈 분장을 받는 이들로 인해 인파 흐름은 더욱 더뎠다. 특히 사고 전후 ‘유명인이 일대에 나타났다’는 얘기가 돌면서 경사진 좁은 골목은 숨쉴 틈조차 확보하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국민일보가 30일 현장을 둘러본 결과 사고가 발생한 골목엔 일부 다중이용시설이 있었지만 안으로 피신하긴 여의치 않았다. 일단 골목에 발을 들이면 빠져나갈 수 없었던 셈이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부 교수는 “일방향으로 통행이 이뤄졌다면 이 정도로 피해가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압력이 분산되지 않고 계속 높아져만 가니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질서는 밀려 나온 인파와 함께 자취를 감췄다. 사고 1시간 전쯤 같은 골목을 지난 김모(25)씨는 “처음엔 다들 길 우측에 붙어 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역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이 생기더니 질서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불안한 균형은 폭이 좁은 길쭉한 경사진 골목에서 깨졌다. 위쪽인 세계음식문화거리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인파가 밀어내는 힘이 아래쪽에서 올라오려는 힘을 압도하면서 아래쪽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인파들은 경사를 따라 삽시간에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졌다. 여기에 해당 골목에 뿌려진 술 등 각종 액체류, 유인물 등이 바닥을 미끄럽게 해 참사에 일조했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장에 있던 한 20대는 “파도에 휩쓸리는 것처럼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고 말했다.

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골목의 경사를 따라 사람들이 깔리면서 평지에서보다 큰 하중이 가해져 피해가 커졌을 거란 분석도 나왔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체중 65㎏의 사람 100명이 뒤에서 밀면 맨 앞에 있는 사람은 18t의 하중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경사까지 고려하면 실제 압력은 더 가중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강한 하중이 위쪽에서뿐만이 아니라 사방에서 가해지며 질식을 유발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하중 때문에 내부 출혈 등 피해를 봤을 수도 있지만, 서 있던 사람들조차 인파에 단단히 낀 나머지 횡격막이 움직일 틈이 확보되지 않아 질식사한 이들도 많았으리란 분석이다. 정창삼 교수는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강한 압력을 받는 상황이 1시간 동안 유지됐다고 보면 된다”며 “호흡을 할 공간이 나오지 않으니 숨을 쉴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모 양한주 성윤수 기자 s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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