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1호 차명 의혹…"이재명측 지분" 남욱이 폭탄 던졌다
남욱(49·천화동인 4호) 변호사가 “대장동에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 있다고 들었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지난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 재판에서 법정 증언 형태로 공개한 것이다. 최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해 대선자금 8억 전달 의혹을 폭로한 데 이어 대장동 핵심 인물들의 폭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남 변호사는 이날 동업자인 정영학(54·천화동인 5호) 회계사를 상대로 직접 신문하면서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4년 말~2015년 초 김만배(57·화천대유)씨를 포함한 민간사업자 간 대장동 지분(수익) 배분 논의 과정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성남시장)의 이름을 여러 번 거명했다.
28일 대장동 재판 공개 법정에서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사이에 오간 핵심 문답은 이랬다.
Q : (남욱) 2014년 12월에 김만배씨가 내게 사업에서 빠지라고 하면서 ‘이재명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얘기한 걸 들었느냐.
(정영학) 그 자리에서 이재명 얘기를 들은 적은 없다.
Q : (남욱) 2015년 2월 내지 4월께 강남 술집에서 셋이 만난 자리에서 김만배씨가 내게 ‘25%만 받고 빠져라. 나도 지분이 12.5%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기억하느냐.
A : (정영학)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 그 자리에서 주식 배분은 김만배 씨가 50%, 남욱 25%, 제가 16% 이렇게 만들라고 지시한 것만 기억난다.
Q : (남욱) 당신이 직접 작성한 지분 표에 천화동인 2∼7호와 화천대유는 소유자와 지분 비율이 적혀 있었는데, 천화동인 1호는 아무 기재가 없지 않았냐. 그 이유가 무엇이냐.
A : (정영학)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가 갖고 있어서 기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나지 않는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이날 문답 내용과 같이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지분(보통주)의 약 30%를 보유, 4040억 배당금 중 가장 많은 1208억원을 받았다. 남 변호사는 실제 천화동인 4호(25%) 몫 1007억, 정 회계사는 천화동인 5호(16%) 몫인 644억원을 챙겼다. 김씨의 경우 100% 소유한 화천대유(14.3%) 몫 577억원과 부인과 누나 명의 천화동인 2·3호(각 2.5%) 각 101억원을 챙겼다. 김씨는 천화동인 1호에서 2019년 11~2020년 11월 화천대유 지분을 담보로 473억원을 빌려 쓰면서도 나머지는 그대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의 사업자 지분 중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논란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김씨가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발언한 녹취록이 있다는 의혹 제기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10월 14일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 내용과는 다르다”“녹취록 다른 부분에 ‘그분’이란 표현이 등장하지만 정치인 ‘그분’은 아니다”라고 부정하면서 이 대표 관련 차명 지분 의혹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올해 4월부터 대장동 재판에서 정 회계사 녹취록을 법정에서 틀면서 다시 반전이 벌어졌다. 대장동 일당들이 초창기부터 이재명 당시 시장이 ‘그분’이란 3인칭이 아니라 실명 또는 시장님으로 언급한 대화 내용이 대거 공개됐기 때문이다.
“(대장동·1공단(신흥동) 공원화 결합개발은) 유동규, 이재명, 최윤길(전 성남시의장) 세 사람이서 처음부터 각본을 짜서 진행한 것”(2012년 9월 7일) “시장님도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천억만 있으면 되잖아. 나는 그러면 대장동이든 뭐든 관심없어. 니가 알아서 해. 그것만 만들어’.”(2013년 4월 17일)
지난 5월 9일 재판에선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가 유동규 전 본부장이란 취지의 발언을 한 녹음이 재생됐다. “천화동인 원(1)이 내 꺼가 아니라는 걸 다 알아”(2020년 10월), “천화동인 원이 유동규 것이라는 소문이 회사 내에 났어”(2021년 2월) 등이다.
지난 28일 재판에서도 남욱 변호사의 변호인은 거듭 ‘기억이 안 난다’라는 정 회계사에게 “증인이 아는 바로 천화동인 1호는 누구 것이냐”라고 직접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는 “2020년 10월 기준으로 보면, 유동규 씨도 일부 있고 김만배 씨도 일부 있고 이 정도…”라고 얼버무렸다.
유 전 본부장은 재판이 끝난 뒤 “이재명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게 맞냐”는 취재진 질문에 “죄를 지었으면 흔적이 남는다.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가 이 대표 관련 의혹을 거듭 부인한 데 대해선 “정영학은 자기 살길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녹취록도 자신에 불리한 것은 빼놓고 (검찰에) 갖다준 게 아닐까 생각된다”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남 변호사의 법정 폭로에 대해 “대장동 사업 초창기 지분 및 수익 배분을 논의할 때는 천화동인 1호 절반을 유동규 본부장이나 이재명 시장 측 차명 지분으로 설계한 정황으로 보인다”며 “이후 녹취록에 여러 번 나오듯 수백억을 몰래 전달할 방법이 없어 실행에 옮기진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계사도 28일 재판에서 “이재명 대표가 대선에 나온다고 하니 김만배씨도 유 전 본부장에 돈을 주는 게 겁이 나 남 변호사를 통해 주고 본인은 빠지면서 몸을 사렸다”라고 증언했다.
이는 2020년 9~12월 유동규 전 본부장 및 정민용 변호사에 유원홀딩스 투자금 명목으로 35억원을 주거나 지난해 4~8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대선 경선자금 요구에 8억4700만원을 마련한 것도 천화동인 1호 수익금을 관리하던 김만배씨가 아니라 남욱 변호사였던 것과 일치한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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