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보훈·요양병원 총괄할 보훈의료원 설립해야

2022. 10. 31.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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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영 중앙보훈병원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국가보훈처는 독립·호국·민주 유공자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헌신한 경찰·소방공무원까지 보훈 대상자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의무복무 체제에서 남성의 반 이상이 제대 군인인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보훈 영역을 관장하고 있다.

보훈처의 위상은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어떻게 예우하고 있는가의 척도가 된다. 보훈이 국방이고 국방이 보훈이라 할 수 있다. 숭고한 희생과 공헌에 대한 합당한 예우가 전제가 될 때 국민은 국가를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하고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보훈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은 군인이다. 군인을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문화를 중심으로 보훈제도가 발전해 왔다. 보훈처에 해당하는 제대군인부는 국방부 다음의 위상이다. 그에 걸맞게 미 보훈병원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의료체계를 갖춰 대통령도 찾는 병원이다. 캐나다·호주 등 전쟁 경험이 있는 주요 선진국의 경우에도 보훈기관을 ‘부(部)’로 조직하고, 걸맞은 의료시설을 갖추고 있다.

「 전국 보훈 인프라 분산·개별 운영
효율적인 보훈 의료 중심체 필요
의료-복지 사업 조직 분리해야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싼탓 난티팍히란 태국 보훈청장 등 태국 보훈청 방한단이 지난 6일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했다. 방한단은 중앙보훈병원 내 급성기병원과 재활센터, 보장구센터, 로봇치료실, 수중치료실을 체험하며 의료 기술과 지식 공유·교류를 위한 협력이 강화되기를 희망했다. 이렇듯 보훈병원은 외국 보훈부 장관 등이 전쟁기념관과 함께 방문하는 장소로, 국제 교류·협력이 이루어지는 보훈 외교·소통의 현장이다.

보훈병원은 ‘어제는 당신이 우리를 지켜 주셨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당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는 모토가 상징하듯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보훈 가족의 심신을 치료하는 곳이다. 보훈병원은 평균 연령 91세인 6만여 6·25 참전 유공자 등 25만명의 국가유공자와 146만명의 보훈 진료 대상자에게 최고 수준의 의료를 제공하는 사명을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전국 6개 거점 보훈병원, 2개 요양병원, 8개 요양원, 국내 최대 규모의 재활센터, 보장구센터, 첨단 의학연구소 등이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좋은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음에도 각 시스템의 연계는 느슨하고 비효율적이며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완비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움직일 보훈 의료 중심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보훈처 국정감사에서 여러 국회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의료사업은 전문성과 복잡성으로 의료를 이해하는 전문가 집단이 운영해야 한다. 현재 보훈복지의료공단이 수행하는 의료사업과 복지사업을 조직적으로 분리하고, 의료사업은 보훈의료원 조직을 설립하여 6개 보훈병원과 2개 요양병원을 총괄 운영하게 해야 한다. 이는 중앙보훈병원과 지방 보훈병원, 요양병원, 500여 개의 위탁병원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국가유공자가 만족하는 질 높은 보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또 보훈병원과 의과대학 간 협약을 맺고 질 높은 교육 수련과 연구 환경을 만들어, 우수 의료진이 국가유공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 유공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월남 참전자의 평균 연령이 75세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10년간 국가 유공자 수가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다.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뿐 아니라 제대 군인, 경찰, 소방·법무 공무원 등 국가 사회 기여자와 지역사회를 책임지는 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런 시기에 최근 접한 보훈부 격상 추진 소식은 늦었지만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법제화 과정 등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높지만, 국회와 국민의 전폭적 지지와 응원이 있다면 보훈부 격상은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보훈부 승격은 국격에 걸맞은 보훈의료 수준과 보훈병원의 위상·품격을 높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울러 국가 공공보건 의료체계의 일원으로서 보훈병원이 일류 보훈을 상징하는 최상의 시설과 체계를 갖추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우방국과의 협력과 교류를 통한 명품 외교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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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영 중앙보훈병원장·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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