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어떻게 이런 일이”…사고 현장 인근에 꽃다발 수북이 쌓여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30일 사고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다발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꽃만 가지런히 두고 돌아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종이컵에 막걸리와 소주, 포도주를 따라놓고 추모하는 이들도 있었다. 해가 저문 뒤 추모의 발걸음은 더욱 늘었고 그들이 두고 간 국화와 안개꽃이 수북이 쌓였다.
사고 현장의 분위기는 충격과 침통함으로 바뀌었다. 한국 생활 4개월 차인 미국인 그레이스 리(40·여)는 오후 5시쯤 현장을 찾아 “뉴스를 보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걸 보면서 점점 더 슬퍼졌다”며 “살날이 많은 젊은 사람들인데 부모님이나 친구를 생각하면…”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수업이 끝난 후 현장을 찾은 고등학생 임재훈(17)군은 “어떻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같은 서울 시민으로서 너무 비극적”이라며 손편지와 소국 다발을 놓고 갔다.
핼러윈 데이(10월 31일) 전야인 이날 밤 이태원의 음악 소리는 아예 꺼졌다. 이날 정오 무렵까지도 일대의 식당이나 화장품 가게, 카페 등은 대부분 불이 꺼졌고 문을 연 상점들도 영업시간을 단축해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곳이 많았다.
현장 근처 케밥가게 종업원 쉐네르(31)는 “정신적 충격이 심해 그저 집에 가서 쉬고 싶다. 너무 무섭고 마음이 아프다”며 심장 부근을 만졌다. 또 다른 상인 이영(52)씨도 “마음이 무거워 출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는 11월 5일까지 회원 가게들에 애도의 의미로 임시 휴업을 독려할 예정이다. 또 인근에 분향소를 마련해 희생자들을 추모할 계획이다.
허정원·최서인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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