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Change] R&D 혁신, AI 역량 강화…'빅 체인지' 통해 새 미래 그린다
위기를 기회로’ 혁신 나선 기업들
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 ‘다른 길을 찾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해 기회로 삼는다’는 뜻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제주에서 열린 ‘CEO 세미나’에서 이 『손자병법』 구절을 인용해 화제가 됐다. 이 말처럼 국내 기업들은 회사채와 단기자금 시장이 얼어붙어 ‘돈맥경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도 ‘빅 체인지(Big Change)’를 시도하고 있다. 고난을 혁신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이다.
SK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에서 연구개발(R&D) 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고, SK하이닉스는 미국에 1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R&D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SK온은 고(高)니켈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성능이 뛰어나고 안전성을 갖춘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에선 8개의 임상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인공지능(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국내에선 미래차 소프트웨어(SW)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SW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또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제네시스 포함 13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기아는 2027년까지 14종의 전기차 모델 글로벌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로 대전환한다는 구상이다.
LG는 고객 경험을 혁신하기 위해 AI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미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설립한 LG AI연구원은 미시간대(미국)-서울대(한국)-토론토대(캐나다) 등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며 글로벌 연구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LG는 AI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고 향후 5년간 AI·데이터 분야 R&D에 3조6000억원을 투입해 미래 기술을 선점하고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롯데는 6개 사업군(식품·쇼핑·호텔·화학·건설·렌털)으로 계열사를 유형화하고 실행력을 강화한 헤드쿼터(HQ) 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화학군에선 소재 사업에 집중하며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통군 8개 계열사는 27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대형 통합 마케팅 행사인 ‘롯키데이’를 진행한다.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 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부문에서도 그룹사 역량을 집중한다.
포스코는 2차전지 소재 사업을 핵심축으로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1조5000억원 규모의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상용화 공장 2단계 투자를 결정했다. 2030년까지 양극재 61만t, 음극재 32만t, 리튬 30만t, 니켈 22만t 생산·판매 체제를 구축해 매출액 41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항공우주, 친환경에너지, 디지털금융 등 미래 사업을 단기간 내 핵심 사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우주 사업에 선제 투자하고 있다.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고효율 태양광셀·모듈과 정보기술(IT)기반의 전력솔루션 사업, 수소 혼소 기술, 풍력 발전 사업까지 진출해 글로벌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GS는 지난달 ‘신사업 전략 보고회’를 열었다. 바이오, 순환경제, 에너지 전환 등 투자한 회사의 기술 등을 공유했다. 허태수 회장은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은 협력사, PE(프라이빗에쿼티), VC(벤처캐피털), 스타트업 등 다양한 역량을 가진 외부 파트너와 함께 신사업을 창출해 나가는 것”이라며 “불황과 경기 위축 시기가 더 좋은 투자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의 물리적·화학적 재활용을 통해 자원 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 공정에 투입하는 실증 사업도 시작했다.
두산은 수소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트라이젠을 통해 부족한 수소 충전 인프라를 확대할 예정이다. 트라이젠은 수소·전기·열 3가지 에너지를 사용처에서 필요한 만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가스터빈 개발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효성은 친환경 섬유 시장을 넓히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폴리에스터 섬유를 자체 개발하고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공해 바이오 스판덱스를 상용화했다. 효성첨단소재는 2028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연산 2만4000t의 탄소섬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2050년 탄소배출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탄소 경영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석유화학 신기술, 저탄소 미래 에너지 관련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규모 청정수소 프로젝트 컨소시엄에도 참여하고 있다.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5%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고객 맞춤형 철강 플랫폼 ‘스틸샵’으로 판매 방식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업계 최초로 제조실행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이 실시간으로 생산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2024년 스틸샵 연 13만t 판매 체제를 구축하고, 2026년 연간 25만t 판매를 달성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움직임도 활발하다. 롯데백화점은 와인 소믈리에 영입을 통해 와인 상품군의 전문성을 보강하고 프리미엄 와인 강자에 도전한다.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와인 클래스, 테이스팅 프로그램과 일대일 상품 큐레이션, 소믈리에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세계 주요 디자인 어워드에서 잇따라 수상한 데 이어 ‘2022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참가한다. 자원 순환 캠페인을 통해 얻은 재생지를 활용해 전시장을 꾸밀 계획이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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