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지자체도 업소도 ‘인파 쏠림’ 무서움 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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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사람들의 절규와 비명이 뒤섞인 이태원 골목은 무방비 상태였다.
경찰과 소방, 구청 등 관련 기관이 안전대책을 논의했지만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선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이후인 오후 11시쯤 이태원역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역사 측에서 "떠나는 승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경찰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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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범죄 빈발 가능성” 현장 137명 배치
관계기관 ‘압사 사고 우려’ 사전 인지 정황
쓰러진 사람들의 절규와 비명이 뒤섞인 이태원 골목은 무방비 상태였다. 경찰과 소방, 구청 등 관련 기관이 안전대책을 논의했지만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선 사전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
3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전날 핼러윈데이에 대비해 경찰 137명을 이태원 현장에 실제 배치했다. 경찰은 지난 27일 “10만명 가까운 인원이 제한적인 공간에 모이다 보니 범죄가 빈발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경찰 200여명을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범죄 대응 측면에서의 조치였을 뿐이다. 용산경찰서는 112신고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형사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일부 교통경찰을 투입해 무분별한 도로 난입 상황을 관리했을 뿐 적극적으로 골목에서의 인파 흐름을 통제하지는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인력 배치는 안전사고 방지 차원이 아니라 범죄 예방과 질서 유지의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대규모 유동인구에 의한 안전사고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대규모 인파가 모이더라도 제야의 종 행사처럼 장소가 특정된다면 대응이 되겠지만 핼러윈처럼 장소가 특정되지 않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돌아다니는 경우 현실적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경찰 등 관계기관이 ‘압사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정황도 있다. 경찰은 지난 26일 이태원 일대 상인단체 관계자,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장 등 관련자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 ‘압사 사고 가능성’이 언급됐다고 한다. 한 회의 참석자는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엄청날 것 같아 역사 내 계단과 주변에서의 압사 사고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과 상인들이 준비 단계에서 안전사고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안전 조치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용산구청도 지난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구청은 방역추진반, 행정지원반, 민원대응반 3개 반을 구성해 부서별로 자체 추진 사항 등을 점검했다. 일부 구청 직원이 이태원 현장에 있었지만, 그 숫자가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도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형태라 이를 ‘행사’로 보기 어려웠다”며 “용산 소방서와 구청 차원에서 준비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지는 못했다. 이태원관광특구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환풍기 주변 낙상 사고를 막기 위해 별도 인력을 투입했고, 주변 가게들을 대상으로 외부에 테이블을 놓지 못하게 안내했다”며 “하지만 행사 주최자도 아니면서 자발적으로 찾아온 시민들을 통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6호선 열차가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역사 내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돼 인력을 추가 배치했고, 문제가 없다는 판단하에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았다”며 “역사 내부 상황을 보고 판단할 뿐 역사 바깥 상황까지 고려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이후인 오후 11시쯤 이태원역에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지만, 역사 측에서 “떠나는 승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경찰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판 이의재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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