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기 찾으러 왔어요” 엄마 울자 경찰도 눈시울

이형민,이의재,구정하 2022. 10. 3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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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오전 피해자 14명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

이날 새벽 병원으로 이송된 시신은 신원 확인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였다.

전날 참사 후 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지 못한 46명의 시신은 용산구 원효로 실내체육관에 임시로 옮겨졌다가 수도권 지역 장례식장으로 분산됐다.

동국대일산병원으로는 애초 20명의 시신이 이송됐지만, 빈소 여건상 14명의 시신만 안치되고 나머지 6명의 시신은 구급차에 실려 다른 장례식장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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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연들]
딸 전화받고 새벽 강릉서 올라와
일부선 “아이 얼굴 멍투성이” 비통
“어떻게 걷다가 죽을 수 있나” 분노
이태원 참사 실종자 가족이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접수처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참사 희생자 46명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됐던 용산구 다목적체육관에서 한 시민이 가족의 정보를 기록한 메모를 공무원에게 건넨 후 신원 확인을 부탁하는 모습. 이한형 최현규 기자


이태원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오전 피해자 14명의 시신이 안치된 경기도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 한 여성이 몸을 들썩이며 “우리 아기 찾으러 왔는데…”라고 울먹이자 이를 바라보는 경찰관의 눈도 금세 벌게졌다.

이날 정오 무렵부터 신원 확인이 된 피해자 유족에게 경찰이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유족들이 하나둘 장례식장을 찾았다. 유족들은 장례식장 뒷문 입구 오른편에 있는 안치실에서 피해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유족들이 안치실로 들어간 지 얼마 안 돼 “이건 아니야, 아니야”라며 절규하는 소리가 굳게 닫힌 문을 뚫고 나왔다. 피해자 신원을 확인한 유족들은 안치실 밖을 나오자마자 바닥을 향해 무너져 내렸다.

A씨는 20대 딸을 찾기 위해 이날 새벽 3시 강원도 강릉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전날 이태원 참사 현장에 있었던 딸은 오후 10시33분쯤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휴대전화 너머로는 마치 싸움이 벌어진 듯한 소란스러운 소리만 들렸다. 놀란 A씨가 딸 이름을 계속 불렀지만 답은 없었다. 참사 소식을 접하고 급히 상경한 A씨 가족은 용산구 한남동주민센터에서 실낱같은 희망에 기대며 딸의 소식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날 오전 9시40분쯤 끝내 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동국대일산병원으로 향했다.

그는 “딸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원하던 직종에 두 달 전 취업했다. 이제야 힘든 공부도 끝났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눈물 흘렸다.

시신이 운구된 다른 병원도 비보를 듣고 달려온 유족들의 비통함으로 가득했다. 20대 사망자 B씨의 가족은 오전 9시30분쯤 경기도 의정부을지대병원에 도착했다. B씨 부모보다 일찍 도착한 친인척이 B씨의 얼굴을 먼저 확인했다. B씨 이모는 “애 엄마한테 어떻게 알리냐”며 주저앉았다. B씨 쌍둥이 오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

B씨 이모는 “아이 얼굴에 멍이 많이 들어 있었다”며 “이태원에 간 줄 몰랐는데, 새벽에 친구를 통해 ‘현장에서 ○○이 손을 놓쳤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족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해 위치추적을 했는데, 경찰이 확인한 마지막 위치가 이곳 병원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B씨 부모는 “우리 ○○이 어딨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들은 겨우 딸의 얼굴을 보고 안치실을 나온 뒤에도 “○○이가 맞는지 다시 봐야겠다”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날 새벽 병원으로 이송된 시신은 신원 확인도 이뤄지지 못한 상태였다. 사망자가 150명 넘게 발생하면서 신원 확인 작업이 지연됐다. 전날 참사 후 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지 못한 46명의 시신은 용산구 원효로 실내체육관에 임시로 옮겨졌다가 수도권 지역 장례식장으로 분산됐다. 하지만 이송하려던 병원에서도 빈소가 부족해 다시 인근의 다른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동국대일산병원으로는 애초 20명의 시신이 이송됐지만, 빈소 여건상 14명의 시신만 안치되고 나머지 6명의 시신은 구급차에 실려 다른 장례식장으로 이송됐다. 피해자들 시신이 거주지에서 먼 곳으로 옮겨지면서 상당수 유족들은 시신을 사는 곳 인근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오후 9시 기준 9명의 시신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고, 1명의 시신이 이송 예정이다.

30대 아들을 잃은 김모(57)씨는 “처음에는 경황이 없어 화도 안 났지만 이제 점점 화가 난다”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길을 걷다 이렇게 생때같은 아이들이 죽을 수 있느냐”고 토로했다.

고양·의정부=이형민 이의재 기자, 구정하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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