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넘는 집 주담대에도 시장 시큰둥, 문제는 고금리·DSR
“시장 분위기요? 미동도 없는데요.” 정부의 10·27 부동산 대책 후 첫 주말인 2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썰렁했다. 전영준 새방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그 정도 규제 완화로는 꿈쩍 안 한다”며 “은행 대출 이자가 워낙 세서 그런지 문의 전화 한 통 없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정부가 비중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내놨지만, 주택시장은 ‘부동자세’였다.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을 허용하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50%로 조정하는 게 대책의 골자다. 15억원 넘는 아파트가 많아 수혜 지역으로 꼽혔던 강남권에선 ‘언 발에 오줌 누기’란 반응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D중개업소 대표는 “문의 전화만 2~3통쯤 걸려오고 매수세가 달라붙진 않는다”며 “내년 초에 대출 규제가 풀리면 그동안 대출이 안 돼 집을 못 산 매수 대기자의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보지만, 아직 약발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6억5000만원에 팔린 리센츠 전용 84㎡는 이달 초 20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현재 19억4000만원까지 호가가 내려갔다.
지난 27일부터 투기과열지구 내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 기한이 6개월에서 2년으로 늘었지만, 급매물이 줄어들 조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 일부는 기존 집이 안 팔려서 가격을 확 낮춰 매물을 내놓곤 했다.
노원구 중계동의 서재필 을지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청약에 당첨된 집주인들도 한숨 돌렸을 뿐, 물건을 거둬들이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5만7507건으로 대책 발표일(5만7733건)과 별 차이 없었다.
아파트 분양시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이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조정돼서다.
그간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금지돼 현금 여력이 없는 수요자의 청약이 제한됐다.
당장 이번 조치로 내년 초 일반분양을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소형 면적은 중도금 대출이 가능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집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심리가 강해서다.
LTV 규제 완화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발목을 잡고 있어 고소득자가 아니면 돈을 많이 빌리기도 어렵다. 소득에 따라 상환 능력을 따지는 DSR(40%) 규제는 여전해 고소득자의 대출 한도만 늘고 정작 서민들에겐 별반 혜택이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연봉이 5000만원인 무주택 실수요자가 14억원인 아파트를 산다면 DSR 40%와 금액별 LTV 규제(9억원까지 40%, 9억원 초과 20%)가 적용돼 3억5500만원(4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을 빌릴 수 있다. 연봉이 1억원이라면 4억6000만원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가 풀리고 나면 연봉 5000만원인 실수요자의 대출 한도는 여전히 3억5500만원이고 연봉이 1억원이라면 7억원까지 빌릴 수 있다. 여기에 나날이 치솟는 담보대출 금리도 부담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LTV를 다소 완화하더라도 DSR 규제가 상존해 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5~7%에 달해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의영·최현주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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