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자루·부채·소쿠리…비슷한 듯 다른 한·중의 공예
강원도 홍천 밝은공방에서 만든 수제 빗자루와 중국 저장성에서 만든 대나무 귀걸이, 투명 아크릴로 만든 한국 규방가구(김현희)와 저장성 융캉의 전통 기술로 만든 사각 동주전자···. 한·중 양국 현대 공예가들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중수교 30주년을 기념한 전시 ‘일상감각(日常感覺)’이 29일 서울 가로수길 이길이구 갤러리에서 개막했다. ‘한국과 중국 저장성 사람들의 일상을 빛나게 해주는 30개의 물건들’이 주제인 이번 전시는 중국 저장성 문화관광마케팅센터가 주최하고, ‘페어퍼’ 매거진이 기획했다.
전시명(‘일상감각’)처럼 전시작은 일상에서 보고,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로 구성됐다. 디자인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전통 재료나 기법을 계승하고 친환경 요소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대나무와 짚 등 양국의 비슷한 재료와 기법으로 출발했지만, 각기 다른 방식,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중국에선 풀을 엮어 만든 초직 가정용품 세트(심효군)를, 한국에선 볏짚을 색실과 엮어 만든 빗자루(박지혜)를 내놨다. 대나무 직조기술로 만든 귀걸이(중국·서무하)와 대나무에 염색과 옻칠이 더해진 소쿠리와 채반(한국·호가여산)도 멋스럽게 진화한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부채도 서로 다르다. 국가무형문화재 침선장 구혜자 장인을 사사한 박정연 작가는 모시, 린넨 등을 소재로 만든 부채를 선보였다. 중국에선 후저우 공작 깃털로 만든 부채(중국·후저우천공털부채유한공사)를 출품해 전통 부채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도자 작품도 각각 전통기법이 현대 디자인과 결합해 어떻게 창의적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국 월주가마청자다구세트(진붕비)가 고유색과 우아한 조형으로 눈길을 끈다면, 한국 모습공방에서 제작한 도자기 인형은 동화 속 삽화처럼 인간과 동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환상적이다. 룽취안시의 청자기법으로 만들어진 연꽃 조형의 디퓨저(주통감)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 저우산시의 무형문화유산으로 계승되고 있는 어민화(중국·장일평)를 활용한 디자인 제품, 윈저우 자수 램프(중국·왕시), 소수민족 서족 전통복식에서 영감을 받은 다반(중국·난작철)도 전통 문양과 색채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중국이 ‘전통’에 방점을 찍었다면, 한국은 나이키 운동화 포장지로 만든 의자(이규한), 폐박스로 만든 핸드폰 케이스(ETC BLANK) 등 ‘업사이클링’이 눈에 띈다.
개막식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영상 축사를 통해 “양국 예술가들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서로 이해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진철 저장성 문화관광청 관광마케팅센터장은 “이 전시를 계기로 앞으로 더 다양한 문화 교류가 늘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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