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S/S 파리 패션위크에서 생긴 일
김지회 2022. 10. 31. 00:01
4대 컬렉션의 절정, 파리에서 무슨 일이?
「 WE ARE WARRIOR 」
아티스트 산티아고 시에라가 만든 어둡고 축축한 진흙탕을 헤치며 걸음을 재촉하는 발렌시아가의 모델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고군분투하는 피란민의 행렬을 떠올리게 했다. 방호 수트를 입은 카니예 웨스트를 필두로 감자칩 봉지를 오마주한 백을 들거나, 아기 인형을 품에 안은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뎀나는 이것이 우리 삶이라 말한다.
「 뿌려 입는 마법 드레스 」
파리 패션위크 ‘최고의 순간’으로 찬사받는 코페르니 쇼. 벨라 하디드의 맨몸에 두 명의 남성이 하얀 액체를 ‘칙칙’ 뿌린 뒤 10분 정도 지났을까? 디자인 책임자 샬럿 레이몬드가 벨라의 몸에 묻은 섬유를 정리하고 가위로 트임을 만들자 완벽한 드레스가 완성됐다. 10년 연구 끝에 개발한 신기술 ‘패브리칸(Fabrican)’을 활용한 퍼포먼스라고. 원액으로 되돌려 재사용할 수도 있다니 더욱 놀랍다.
「 K팝 전성시대 」
파리를 들썩이게 만든 또 다른 소식은 쇼에 대거 참석한 K팝 스타들! 쇼장 일대를 마비시킬 만큼 인산인해를 이룬 팬들의 열정은 패션 위크를 거대한 축제로 탈바꿈시켰다. 백스테이지에서 선미와 제이비를 만난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은 기쁨에 겨워 “I love korea!”를 외치는가 하면, 에스파가 이끈 상상 초월 인파, 윤아와 원영 등 엄청난 K팝 열풍이 파리를 강타했다.
「 깜짝 쇼! 」
전 카니예, 현 예는 딱 50명의 게스트만 불러 이지 시즌 9의 쇼를 선보였다. 넉넉한 실루엣의 패딩 재킷과 스웨트셔츠, 3D 프린트 부츠 등이 베일을 벗었는데 그중 ‘White Lives Matter’ 문구의 티셔츠 때문에 논란이 거세다. 한편 잉크를 이끄는 이혜미가 파리에서 첫 단독 쇼를 열었다. 웨스턴 디테일에서 모티프를 딴 서정적인 의상을 소개하며 카를라 브루니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 GENDERLESS, BORDERLESS 」
유독 곱고 말간 남성 모델을 기용하거나 혹은 남성에게 여성복의 범주에 있던 아이템을 시도했다. 탱크톱과 초미니스커트를 입힌 루도빅 드 생 세르냉, 얇은 소재의 니트와 셔츠를 레이어드하고 드롭 이어링을 매치해 새로운 느낌의 관능을 묘사한 앤 드뮐미스터가 그랬다. 아예 대놓고 코르셋 톱을 입혀 세간의 틀과 편견에 정면으로 대항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또 어떻고!
「 ON SET 」
공간이 선사하는 힘이 있다. 디자이너가 고심해서 쇼장을 고르고 짓는 이유다. 이번 시즌에도 기상천외한 세팅이 속속 등장했다. 현대미술가 필립 파레노의 식충식물을 닮은 UFO를 설치한 루이 비통부터 커다란 유리 구두를 세워 달콤한 마법을 현실화한 톰 브라운, 한 송이의 안스리움 꽃을 세운 로에베, 빛으로 흘러넘치는 사막을 재현한 에르메스까지, 패션 위크 초대장으로 가지 못할 곳은 우주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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