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불쌍해서 어떡해"…빈소 앞 사진은 '앳된 셀카'였다
30일 오후 7시를 넘기면서 시신들이 안치됐던 병원 영안실 일부에는 빈소가 차려지기 시작했다. 일부 병원에선 “사망진단서(사체검안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경찰측과 “우리 아이가 하루종일 저리 찬 데 누워있게 해야 하느냐”는 유족들과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대목동병원은 결국 유족이 원할 경우 사망진단서 발급 전이라도 먼저 빈소를 차릴 수 있도록 한 경우다. 이날 이 병원에 안치된 7명 희생자 중 4명에 대한 빈소가 마련됐거나 마련될 예정이다. 이대목동병원에 빈소가 차려지지 않은 3명 중 2명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지방(울산·전주)으로 이송됐고 나머지 한 명은 유가족이 모두 외국에 거주 중이어서 장례 절차를 밟지 못했다. 가족들은 내일 귀국 예정이다.
가까스로 빈소는 차렸지만 울다 지친 대부분의 유족들은 조문객을 받을 준비는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유가족들 사이에선 간혹 “내 새끼 불쌍해서 어째”라는 말과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빈소 앞 전광판에는 제각각 셀카 포즈를 하는 앳된 얼굴들이 올라왔다.
이날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된 김모(25·여)씨는 전날 남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이날은 아버지의 생일인 게 마음에 걸려서인지 김씨는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이 식사를 함께할 수 있도록 한 고급 레스토랑을 예약해놨었다고 한다. 김씨는 한 기업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3년차 직장인이었다.
김씨의 고모부는 “자기 일 열심히 하는 평범하고 성실한 아이였다”며 “열심히 일하다 휴일이라고 놀러 나간 것뿐인데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피해자 안모(30·여)씨는 친구들과 넷이서 핼러윈 데이를 즐기러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들의 지인은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안씨를 포함한 일행 모두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며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짐작되지만 친구들의 생사나 현재 위치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병원에 빈소가 마련된 박모씨도 친구 넷과 함께 이태원에 나갔다 변을 당했다. 친구 2명은 생존이 확인됐지만 박씨와 나머지 한 명은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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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성심병원 오후 6시 넘어 빈소 마련
이날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서도 오후 6시를 넘어서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빈소가 마련됐다. 사망자 A씨의 빈소에는 두 시간 뒤인 8시부터 조문객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빈소에 도착한 A씨의 어머니는 “엄마가 널 어떻게 보내. 얼마나 무섭고 아팠어”라고 울음을 터뜨리며 영정 사진 앞에 주저 않았다. A씨의 아내는 그런 시어머니를 보며 벽에 기대 흐느꼈고 유족의 오열은 좀처럼 멈출 줄 몰랐다. A씨 지인은 그가 “평소에도 유행에 밝고 관심이 많았다”며 “최근 핼러윈 행사에 대대적인 관심이 모이자 궁금한 마음에 친구들이랑 놀러갔다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수민ㆍ박건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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