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쏟아낸 고뇌… 가로 9m 백두산 천지에 고스란히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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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 이숙자(아래 사진) 개인전에서는 가로 9m가 넘는 백두산 천지 그림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 무렵 KBS TV미술관에 출연해 화실에서 백두산을 그리는 모습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그때 백두산 천지를 실제 본 감동에 대해 그는 "그냥 자연이 아니라 영적인 기운이 감돌았다"고 말했다.
이후 백두산을 주제로 한 대형 그림 2점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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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 이숙자(아래 사진) 개인전에서는 가로 9m가 넘는 백두산 천지 그림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눈이 하얗게 덮인 산 정상에 푸른 물이 민족의 정기처럼 고여 있고, 멀리 오른쪽으로 해가 뜨고 왼쪽에는 달이 진다. 원로 한국화가 이숙자(80)는 ‘보리밭 화가’로 통하기에, 이런 장대한 스케일, 그리고 남성적 기운이 뻗치는 풍경화는 의외다.
이숙자는 한국의 채색화 발전에 헌신해온 작가다. 1970년대 말 시작된 ‘보리밭’ 연작을 통해 화폭 가득 한없이 펼쳐진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인 보리밭에 민족의 한과 정서를 담아냈고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1990년 무렵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리나이로 오십을 바라보던 나이였다. 언제까지나 보리밭만 그릴 것인가, 다른 건 뭐가 없을까 고민했다”면서 “자료를 찾으며 연구하다 백두산과 천지를 그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 무렵 KBS TV미술관에 출연해 화실에서 백두산을 그리는 모습을 선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엄청난 대작인데다 실제 가보지 않은 산을 상상만으로 그리기가 힘들어 중도에 붓을 꺾었다. 99년에 기회가 왔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초청을 받아 권옥연 하종현 등 일단의 화가들과 방북을 한 것이다. 그때 백두산 천지를 실제 본 감동에 대해 그는 “그냥 자연이 아니라 영적인 기운이 감돌았다”고 말했다. 이후 백두산을 주제로 한 대형 그림 2점을 준비했다. 그 중 가로 14m 대작은 2001년에 완성했지만 나머지 한 점은 포기했다. 바로 이번 전시에도 나온 눈 덮인 ‘백두성산’이 그것이다. 건강이 악화해 작업실에 내버려뒀던 이 그림을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작가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뒤 재도전해 완성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이 열린 2016년에 완성했으니 백두산을 직접 본 99년부터 16년의 시간이 고인 대작이다.
전시장에서는 그의 브랜드가 된 다양한 보리밭 그림 변주를 볼 수 있다. 스승 ‘천경자의 아류’라는 혹평을 듣던 그는 이 보리밭 그림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푸른 보리밭에 푸른 눈을 한 황소가 들어서 있는 그림에서는 영적 기운이 느껴진다. 전시에서는 설화에서 영감을 얻거나 사회 고발적인 작품 등 자신의 세계를 찾기 위한 도전의 여정에서 시도한 작품들도 일별할 수 있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나온 그는 1980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와 중앙미술대전에서 모두 대상을 받으며 미술계의 스타가 됐다. 이번 전시는 선화랑 45주년을 맞아서 기획됐다. 83년 선화랑 기획전에 이어 88년 개인전을 갖는 등 수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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