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 리스크 직면한 민주당의 딜레마

2022. 10. 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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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의 정치 읽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26일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민생 파탄·검찰 독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이 결국 민주당 중앙당사 내부에 있는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제1야당 당사 압수수색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4월, 검찰은 당원 불법 모집 혐의와 관련 당시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바 있다. 검찰은 국회와 청와대도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 압수수색이 있을 때면, 해당 정당과 관련 정치인은 예외 없이 거세게 반발한다. 하지만 국회와 청와대 그리고 정당 중앙당사 등이 치외법권이 될 수는 없다. 더구나 정당, 국회 그리고 청와대는 법치의 중심에 있다. 여론도 이런 반발에 대해 일정 수위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비판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정치 검찰’ ‘조작’ 등의 단어가 등장하면, 여론은 더더욱 공감하지 않을 수 있다. 압수수색은 검찰의 자체 판단만으로 실시하는 게 아니다. 법원이 압수수색 필요성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한 대표적 정치인은 이재명 대표다. 대선 후, 야당 대표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벌이는 경우는 과거에 빈번했다. 2002년 대선 후, 검찰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이른바 ‘차떼기’라는 단어도 당시 처음 등장했다. 수사 결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비롯한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이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졌고, 이 전 총재 측 인사들도 사법적 심판을 받았다. 1992년 대선에서 3위를 했던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대선 이후 검찰 수사 대상이 됐고, 결국 정계를 떠났다.

이렇듯 요즘 정국을 급랭시키고 있는 사건들은 과거의 데자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권 교체 이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초유의 사건도 있다. 지난 10월 25일,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을 민주당이 거부한 것이다.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에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것은 의무 사항이다. 국회법 제84조 1항에는 “예산안에 대해서는 본회의에서 정부의 시정 연설을 듣는다”로 규정돼 있다. ‘들을 수 있다’가 아니라, ‘듣는다’다. 그럼에도 대통령 시정 연설에 불참했으니, 법을 만드는 의원들이 국회법을 어겼다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의당 의원들처럼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는 팻말을 의석 앞에 진열하는 방식으로 항의했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테다. 어쨌든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만들며 반발을 이어간다면, 야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현재까지만 봐도,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인 것 같지 않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검색량이 급등하면, 대부분 부정적 사안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터졌을 당시인 9월 22일, 윤 대통령 검색량은 최고치를 찍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보면,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의 기간 동안 이재명 대표 평균 검색량 지수는 윤 대통령을 앞질렀다. 긍정적인 이유로 검색량이 증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10월 19일 이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된 사실을 감안하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으리라 추론할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 서비스 업체인 썸트렌드(Sometrend)가 분석한 이재명 대표 언급량을 보면, 트위터에서 이재명 대표가 가장 많이 언급된 날짜는 10월 21일이다. 10월 21일은 김용 부원장이 체포된 직후이자, 유동규 전 성남 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석방을 두고 야당이 ‘검찰의 회유 의혹’을 제기한 시점이다. 또한 해당 시기를 포함하는 10월 3주 차(10월 17일부터 22일까지)의 이재명 대표 연관어를 보면 ‘김용’ ‘대선’ ‘검찰’ ‘유동규’가 상위에 등장했다. 한마디로 부정적 연관어가 다수다. 여론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주장에 공감했다면, ‘정치 보복’ 혹은 ‘조작’이라는 단어가 상위에 랭크됐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는 한국갤럽 3주 차 여론조사(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감지된다. 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前)주 대비 5% 급락했다.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와 무관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이는 민주당의 가장 큰 고민거리일 테다. 현재 민주당을 향한 검찰 수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정부를 향한 수사다. 두 가지는 성격상 분명 별개 사안이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서는 별개로 간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민주당은 두 사안 모두 총력 대응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민주당의 딜레마가 자리한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도 소수지만 존재한다. 지도부가 단결을 강조하는 모습과 대조되는 모양새다. 지도부 주장대로 당 구성원이 단결하는 것은 좋은데, 언제까지 단결된 저항과 반발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앞으로도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다양한 의혹에 대한 각종 수사가 계속될 텐데, 그때마다 지금처럼 단결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더구나 민생 현안은 쌓여만 가는데, 민생 현안에 집중하지 않고 수사 방어에만 전념한다면, 총선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민주당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검찰이 이른바 스모킹 건을 확보해 제시하는 상황이 오면, 현재와 같은 단결 대응이 오히려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때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말이 나올 수 있다. 당연히 친명과 비명-친문 간 입장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문재인정부와 관련된 수사도 계속 이어질 텐데,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대해 친명과 비명 사이 입장 차이가 드러나면 문재인정부 관련 수사와 관련된 단일대오를 형성하기 어려워진다. 즉, 비명-친문들이 친명의 도움을 바랄 경우, 친명이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친문-비명이 무작정 이재명 대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쟁할 수도 없다.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의 성격과 문재인정부 관련 의혹의 성격이 다른데,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과 문재인정부 관련 의혹을 구분하지 않고 결집 대응하다 보면, 자칫 두 사건의 성격을 동일시하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친문은 매우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친문-비명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에 단일대오를 유지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셈이다.

민주당은 이런 딜레마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공당으로서의 민주당은, 지금과 같은 다발적 사법 리스크 이후에도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찾을 딜레마 탈출 전략은 과연 무엇일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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