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검안서 없어 장례 못한다, 尹말한 조치 하나도 안 지켜져"
“최소한 어떤 상황인지, 왜 검안서가 나오지 않고 있는지 유족들에게 얘기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아무런 대책도, 후속 조치도 없는 상황입니다.”
30일 오후 5시 40분쯤, 경기 고양 동국대일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의 울분이 쏟아져 나왔다. 이 장례식장에는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4구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전체 사망자 154명은 수도권 42개 병원 영안실 및 장례식장으로 분산 이송됐는데 동국대일산병원에 가장 많은 시신이 안치돼 있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이후 줄곧 침묵을 지키던 유족들은 “정부의 더딘 행정 조치에 더는 참을 수가 없어 목소리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약속 하나도 지켜지지 않아”
이날 오후 2시쯤 장례식장에 도착한 김씨는 검안서를 기다리느라 5시간이 넘도록 아들의 시신을 이송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는 화가 안 났는데 이젠 조금씩 화가 난다. 검안서에 관해 물어보면 계속 기다리라고만 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되물었다.
김씨의 지인 권명자(58)씨는 “언론에서는 (공무원들이) 민원을 도와주겠다고 했다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서울시에서 파견된 공무원들도 없다”고 말했다. 해당 현장에는 서울시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있었지만, 유족 측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권씨는 “경찰도 ‘모른다’, 병원도 ‘모른다’ 해서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다”며 “우린 수원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옮기려면 또 밤 9~10시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찰, 시신 먼저 이동하도록 조치
유족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경찰 측은 부랴부랴 유족에게 검안서 없이 시신을 이송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먼저 시신을 이송하면 형사들이 한명씩 배치돼 뒤따라 가면서 검안서를 보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후 7시 기준 동국대일산병원에 있던 14구의 시신 중 동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건 1구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나머지 13구 중 3구는 다른 곳으로 이송됐고 7구도 곧 이송될 계획이다. 나머지 3구는 아직 유족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검안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번 사고의 경우 절차상 14구의 신분 확인을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터진 새벽에만 해도 3~4구 정도만 온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고양=이우림ㆍ함민정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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