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돌려막기로 버티는 기업들…‘돈맥경화’ 언제 풀리나
정부의 유동성 공급 대책에 꽁꽁 얼어붙었던 자금 시장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온기가 부실의 ‘화약고’로 떠오른 단기 자금시장까지 번지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채 시장은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인 가운데 회사채 시장과 기업어음(CP) 등 단기 자금시장은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4.112%에 마감했다. 3년물 금리가 4.1%대로 내려간 건 12일 이후 처음이다. 같은날 AA-급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도 5.487%를 기록해 다소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 3년물 간 차이인 신용스프레드가 28일 1.375%포인트까지 벌어지며 여전한 시장의 경계감을 보여줬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 5일(1.38%포인트) 이후 13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장이 그만큼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경색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HDC와 한화그룹의 합작회사인 통영에코파워(신용등급 A+)는 27일 열린 510억원 규모 3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건의 주문도 받지 못했다. 최고 신용등급인 AAA등급의 우량 공사채도 일부 발행 연기와 유찰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단기물인 교보증권(AA-)의 1500억원 회사채 수요예측에선 총 3660억원어치의 주문이 들어왔다.
단기자금시장은 여전히 고금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대책 발표 이후에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책 발표 전인 21일 CP금리는 4.25%에서 28일 4.59%로 올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28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만기 83일)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 83일) 등 총 5423억원어치를 차환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현대건설 (2005억원)과 롯데건설(1710억원), 대우건설(1708억원) 등이 연대 보증을 섰지만 발행 금리는 7~12%에 달했다. 건설사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최대 5%포인트나 차이가 난 셈이다.
롯데건설이 지급보증한 플로리스리테일제일차는 25일 3개월물이 16.83%에 거래됐다. 지난 26일 발행된 A1 등급의 3개월 만기 봉명산단제이차도 발행 금리가 13%에 달했다.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도사린 악재도 향후 자금 조달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는 금리 상승이 지속하고 유동성 부족과 북 클로징(기관의 회계 장부 마감)으로 채권 매수세가 감소하면서 크레딧(기업 채권 시장) 약세는 연말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11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경계감도 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금융 안정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때문에 회사채 시장부터 유동성이 돌고 나면 연말부터 순차적으로 단기 자금시장까지 온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내년 1분기 금리 정점을 전후해서 부실기업을 중심으로 2차 경색이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진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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