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 히잡 의문사 보도한 언론인 2명에 '美CIA 스파이' 혐의

천인성 2022. 10. 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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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숨진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을 보도한 여성 언론인 2명을 미국 스파이로 지목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히잡 의문사 여성 묘지 인근에 모인 인파들. AF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정보부는 지난 28일 이란 언론사에 배포한 공동성명에서 여성 언론인 닐루파르 하메디와 엘라헤 모하메디를 미국 중앙정보국(CIA) 외국 요원으로 규정했다.

하메디는아미니가 구금돼 조사를 받던 중 쓰러져 병원에서 숨진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 모하메디는아미니의 고향 사케즈에서 열린 장례식을 보도했다. 두 언론인은 각각 관련 보도를 한 직후 체포됐고, 현재 정치범 수용소인 에빈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RGC와 정보부는 성명에서 두 여성 언론인을 각각 'NH'와 'EM'으로 부르며 현재 이란에서 진행중인 히잡 의문사 시위에 대해 미국 CIA,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등 서방의 정보기관들이 계획한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에서 외국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 혐의는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가디언은 혁명수비대와 정보부가 이들에게 스파이 혐의를 씌운 데 대해 현지 언론계는 공포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한 언론인은 가디언에 "우리는 감시당하고 있고, 외국언론의 특파원들과 관계를 끊으라는 충고를 듣고 있다"며 "내가 휴대전화로 외국 친구의 전화를 받는 것도 아주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언론인은 "이란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 세계에 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 언론인에 대한 추가 체포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히잡 의문사 시위가 시작된 후 40명 이상의 언론인이 구금된 것으로 추정된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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