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망자 153명 '핼러윈의 비극'… 이어지는 애도 메시지 (종합)

이춘희 2022. 10. 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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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53명·부상자 103명
사망자 중 여성 97명… 상대적으로 피해 커
외국인 사망자 20명… 중국, 이란, 러시아, 미국 등
정부 '국가애도기간' 선포·중대본 설치 등 총력 대응
각국 정상·경제·종교계에서도 애도 메시지
할로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핼러윈을 앞두고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무려 15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2014년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인명피해 사고다.

30일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4시30분 기준 전날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가 기존 집계 대비 2명 늘어난 153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외국인 사망자는 20명으로 이전 집계 대비 1명 늘었다.

부상자도 늘었다. 중대본에 따르면 중상자는 24명, 경상자는 79명으로 총 103명이다. 이전 집계 대비 중상자 5명 등을 포함해 부상자 수는 21명 증가했다.

사망자 수는 오전 2시 59명에서 6시 149명으로 급증했고 오전 11시 기준 151명, 오후 4시30분 기준 153명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중상자 중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사망자 중에는 여성이 97명, 남성이 56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좁은 길에 순간적으로 높은 압력이 가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여성들의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사망자는 12개국 20명으로 이들의 국적은 중국, 이란, 러시아, 미국, 프랑스,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태국, 오스트리아 등이다.

서울시에 접수된 실종 신고 건수도 4024건으로 늘어났다. 오후 5시 기준 전화 접수 3932건, 방문 접수 92건이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본부를 꾸리고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과학수사팀을 보내 유족에게 연락하고 있다.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급파된 119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망자는 일산동국대병원, 평택제일장례식장, 이대목동병원, 성빈센트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보라매병원, 삼육서울병원, 성남중앙병원, 순천향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서울·경기 지역 42개 병원과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부상자는 강남성심병원 등 38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5분께부터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사람이 깔려 호흡 곤란을 겪는 사람들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연달아 접수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이후 첫 '노 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 일대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사고 지점에 특히 시민들이 대거 몰리면서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도로가 미끄러웠던데다 술 등 액체가 뿌려져있어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많은 인파에 구급 차량과 구조 인력의 진입이 지연되면서 인명 피해는 더 커졌다.

'국가애도기간' 선포… 용산구 '특별재난지역' 지정

대통령실과 정부도 비상대응태세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을 사고 수습으로 전면 재조정하는 한편 전원 비상대응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시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고, 이어 오전 9시50분에는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신속한 사고 수습을 약속했다. 이날 오전에는 직접 사고 현장을 찾기도 했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총리는 중대본 설치·활동 기간에 대해 "이 모든 사안이 제대로 수습되고 우리 국민들이 만족할 만한 그러한 모든 제도적 개혁이나 모든 것이 이뤄질 때까지 존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할로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대통령 지시에 따른 국가애도기간은 이날부터 다음달 5일까지로 지정됐다. 참사 발생지인 서울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서울시는 31일부터 서울광장에, 용산구는 이태원 광장에 합동 분향소를 운영한다.

유럽 출장 중이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급거 귀국길에 올랐다.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오 시장은 "사망자와 유가족에 깊은 위로를 전한다"면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사망자에 대해서는 장례지원팀이 꾸려지고 부상자 가족에 대해서는 심리 지원이 이뤄진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별재난지역 선포 관련 지원 등에 따라 "이번 사고로 유명 달리하신 분들의 유족에게 위로금, 다치신 분들에게는 치료비,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장례비, 그 밖에 필요한 일체의 지원하게 돼 있다"며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합동으로 상당 수준으로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심리 지원에 관해서는 보건복지부는 이날부터 국가트라우마센터, 서울 광역 정신건강센터 용산 등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참여하는 '이태원사고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가동한다고 밝혔다. 총 100명 규모의 지원단을 꾸려 유가족(600여명), 부상자(150여명), 목격자 등 1000여명에 대한 심리 지원을 진행한다.

美·中·日 등 각국에서도 위로 메시지

해외와 사회 각계에서도 애도와 위로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서울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보낸다"며 "우리는 한국인들과 함께 슬퍼하고 부상자들이 조속히 쾌유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두 나라의 동맹은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활력이 넘치며 양국 국민 간 유대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미국은 이 비극적인 시기에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에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조기가 걸려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30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울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정부와 중국 국민들을 대표해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보낸다"는 내용의 조의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외무성을 통해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매우 참혹한 사고로 젊은이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귀중한 생명을 잃은 것에 큰 충격을 받았고 매우 슬프다"며 "이렇게 곤란할 때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연대의 뜻을 표명한다"는 애도문을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희생되신 분들과 유족에게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다친 분들은 하루라도 빨리 회복하시길 기도하겠다"며 고 전했다.


이외에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주한 외국 대사관들에서도 위로의 메시지가 연달아 나왔다.

경제계에서도 애도의 메시지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애도 성명에서 "이번 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부상자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라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을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부상자도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라고 했다.

핼로윈을 앞두고 이태원 일대에 대형 압사 참사가 발생한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 추모 꽃다발이 놓여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종교계도 일제히 애도의 뜻을 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이날 성명에서 "29일 핼러윈 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며 "뜻밖의 사고로 생을 달리한 꽃다운 영가님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와 귀가를 염원한다"고 전했다.

개신교 최대 규모 연합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태원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에게 마음을 담아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부상당한 이들도 하루빨리 회복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사무총장인 이철수 신부 명의로 애도문을 발표했다. 주교회의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 드립니다"라며 "또한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드리며 아울러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와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라고 전했다.

시민들도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아 추모의 뜻을 전했다. 고등학생 윤동현씨(16)는 “언론 브리핑을 할 때마다 사망자가 30명씩 계속 늘었났던 것 같다”며 애도의 뜻을 전하고자 현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인이 사고 발생 1시간 전에 있었다며 안도하면서도 “(사망자 중에) 10대 학생도 있었는 데 같은 고등학생으로서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고 현장 근처 이태원역 1번출구에도 꽃이 놓이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2명의 여성 외국인들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움을 전하러 왔다”며 헌화를 하고 자리를 이내 떠나기도 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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