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깔려 절규하는데도 고함·음악에 묻힌 ‘악몽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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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마스크 없이 핼러윈 기간을 맞은 지난 29일 오후 8시쯤.
이태원을 달궜던 열기는 오후 10시20분쯤 발생한 사고에 한순간에 악몽이 됐다.
오후 10시24분 119에는 '사람 10명이 깔려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한꺼번에 수십건 접수됐다.
분위기가 바뀐 건 오후 10시43분 소방 대응 1단계가 발령되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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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상엔 “밀어” 외침도 들려
주인 잃은 신발 등 소지품 곳곳에
3년 만에 마스크 없이 핼러윈 기간을 맞은 지난 29일 오후 8시쯤.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은 각종 분장을 하고 코스튬을 입은 10~20대로 넘실댔다. 축제를 즐기러 온 이들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당시 경찰은 마약팀, 외사계 등으로 팀을 나눠 특별 단속과 순찰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자들도 동행 취재 중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인파가 많이 몰렸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었다. 앞서 진행한 서울 용산경찰서와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구청 등의 합동 단속도 인파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일부 일정만 진행한 후 마무리해야 했다. 약 50m 거리의 주점까지 이동하는 데 20여분이 걸릴 정도로 길을 걷는게 어려웠다. 4차선 도로의 양쪽 끝 차선이 모두 사람으로 꽉 차 차량도 다닐 수 없을 정도였다.
이태원을 달궜던 열기는 오후 10시20분쯤 발생한 사고에 한순간에 악몽이 됐다. 오후 10시24분 119에는 ‘사람 10명이 깔려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한꺼번에 수십건 접수됐다.
비슷한 시간 현장 상황을 영상으로 담은 한 유튜버는 “한번 엉키기 시작하더니 힘으로 밀고 당기다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인파가 꽉 찬 골목길에 사람들의 고함과 음악 소리가 섞여 있었다. 일부 남성은 ‘Go’(가라)고 반복해서 외쳤고, 해당 유튜버는 “밀어”라는 소리를 직접 들었다고도 했다.
현장에 있던 임모(23)씨는 “앞뒤로 밀려드는 사람들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협을 느꼈고, 옆에 있는 난간을 있는 힘껏 붙잡았다”며 “함께 있던 친구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수많은 인파들이 여전히 거리를 활보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오후 10시43분 소방 대응 1단계가 발령되면서였다. 현장에 파견된 경찰들은 원래 계획했던 순찰·단속을 멈추고 인파 해산에 투입됐다. 경찰들은 경찰차 등에 올라가 군중들을 향해 “제발 이동해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촬영하면서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오후 11시쯤 사고 현장 인근 가게들의 음악이 꺼졌고 대신 사이렌 소리가 이태원을 가득 채웠다. 부상자들은 들것에 실려 나오거나, 다른 이들의 부축을 받아 대로변으로 옮겨졌다. 경찰은 인도와 차도의 경계에 통제선을 설치했다.
통제된 차도에서 구급대원과 시민들이 쉴 새 없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환자들을 구급차로 옮겼다. 동시에 해밀톤호텔 앞쪽 도로 한편에는 모포에 덮힌 심정지 환자들이 바닥에 뉘어졌다. 오후 11시50분쯤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되며 서울시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됐다.
자정을 즈음해 차도에 뉘어져 있던 심정지 피해자들도 임시 안치소인 용산구 원효로 실내체육관과 병원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이태원 거리 곳곳에 사고 피해자들이 잃어버린 신발과 가방 등의 소지품들이 쌓여있었다. 소방당국은 이튿날인 30일 오전 1시쯤 첫 브리핑을 열고 “심정지 상태의 사상자는 21명”이라고 발표한 후 추가 수색에 나섰다. 사상자 수는 오후 5시 기준 사망자 153명과 부상자 103명까지 늘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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