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학생에게 ‘사회부적응자·조현병’ 폭언한 공부방 교사

2심서 1심보다 무거운 형량 … 벌금 500만원 선고
재판부 “아동의 정상 발달 저해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자신이 운영하는 공부방에 다니는 학생에게 '사회부적응자' '조현병'이라는 말을 한 공부방 교사가 2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게 됐다.

3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청주지방법원 형사항소3부(김승주 부장판사)는 자신에게 욕을 하며 대드는 12살 제자를 때리고 심한 말을 퍼부은 공부방 교사 A씨(40)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충북 진천군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A씨는 2020년 6월 공부방 학생 B군(당시 12세)이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이자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사회부적응자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B군이 공부방에 온다고 했다가 다시 안 오겠다고 번복하자 전화로 "조현병이 있는 것 아니냐"며 꾸짖었다. A씨는 자신에게 욕을 하며 대드는 B군을 여러 차례 때려 신체적 학대를 가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1심에서는 A씨의 신체적 학대 행위는 유죄로 보았지만 '사회부적응자' '조현병' 언사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B군 지도 과정에서 A씨가 심적 고통을 겪다가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욕설과 조롱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벌금 500만원의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A씨의 발언이 B군의 정신건강을 저해했다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발언이 사회 통념상 매우 좋지 않은 의미로 인식되고 있다"며 "다른 교육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나온 발언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무리 B군의 태도가 불량했다 하더라도 학생의 인격을 깎아내린 A씨의 발언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짧지 않은 기간 B군에 대한 신체·정서적 학대가 여러 차례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A씨의 발언은 아동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을 초래했다"며 "A씨가 지도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런 이유로 학대 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