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 본격화 ... 예상 '시나리오' 세가지
[아시아경제 이은주 기자] 정부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소유에 한정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한 이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6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권 주요 협회들과 함께 개최한 금융혁신 세미나에서 현재까지의 논의 과정을 세부적으로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금산분리를 풀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현재까지 진척된 규제 완화의 세부 방안에 대한 논의와 고민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요?
금융당국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식 고민중 ... 자회사 투자 범위 제한 · 부수업무 제한 규제 완화가 핵심
우선 금산분리 규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원칙입니다. 금융회사의 사유화를 막아 이종 산업간의 위험이 전이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고객들이 은행에 맡긴 돈으로 은행을 소유한 산업자본이 자신의 다른 사업을 마음껏 확장하다가, 위험이 다른 계열사들로 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은행법에서 은산분리 내용이 포함되면서 관련된 규제가 시작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 은행법에 금산분리 규제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우선 비금융사는 은행 주식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단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른 예외(최대 34%보유)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다만 금융위에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부분은 ‘금융산업의 산업자본 보유 제한’과 관련된 규제들입니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금지 원칙은 그대로 두되,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과 관련된 규제를 다소 풀어줘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15개 금융관련분야(은행업, 금융투자업, 보험업, 상호저축은행업무, 여신금융업 등)만 자회사로 둘 수 있다는 규제가 하나. 그리고 은행의 업무범위를 한정한 은행의 부수 업무 범위 제한 규제가 다른 하나입니다. 현 금융업법은 금융회사의 업무 범위를 고유업무와 부수업무로 구분하고 있는데요. 부수업무의 경우 은행업무와 연관성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금융위에 의해 한시적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을 받아야 합니다. 즉, 금융사가 투자할 수 있는 자회사나 진출할 수 있는 부수업무 범위 규제를 조정해 금융사가 좀더 활발하게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중인 것입니다.
"빅블러 현상 본격화 빅테크·금융사 '규제차익' 해소 필요"
이는 ‘빅블러’ 현상으로 인해 대두됐습니다.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낡은 규제가 금융사와 비금융사간 규제 차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인터넷은행특례법에 따른 예외를 적용받아서 금융업에 진출했고, 이들은 금융업과 함께 비금융업(포털, 전자상거래, 모빌리티 등)을 겸영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네이버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여러 계열사 중의 하나로 금융 기업을 소유하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금융사는 진출할 수 있는 비금융사업에 대한 제한이 법적으로 엄격하게 제한되니, 시간이 흐를 수록 경쟁력의 차이나 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대두된 것입니다. 예를들어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선보였는데요. 한시적 운영으로 내년 4월까지만 운영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토스의 경우 지난 7월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의 지분을 100% 인수하는 방식으로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습니다. 이같은 규제차익이 경쟁력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금융위가 수렴하고, 금융과 비금융사간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논의에 돌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규제완화의 범위는 어디까지 진행됐을까요. 지난 26일 은행연합회 ‘금융규제혁신 세미나’에서 현재까지의 논의를 잠정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금융위가 금융업법을 전면 개정하기 위해 운영하는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시점에서 고민하고 있는 금산분리 완화 대안들을 3가지로 소개했습니다.
정순섭 교수 대안 제시 ... 열거주의(포지티브)확대 vs 포괄주의(네거티브)전환 vs 적절한 혼용 지향
먼저 첫번째 안은 현재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금융사가 투자할 수 있는 자회사의 투자범위(15개 제한, 금융업 관련)와 부수업무 업종범위를 ‘확대’해 ‘열거’해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식입니다. 즉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규제하거나 금지되지 않는 사항을 나열하는 법적 정의 방식인 ‘열거주의’(포지티브 규제)를 유지하되, 투자 가능 업종을 좀더 넓혀주는 방식입니다. 정 교수는 “예를들어 일반적 정의를 통해 금융산업에서 소비자에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업으로 디지털 사업이나, 새로운 업종 등을 열거해주고 진출이 금지되는 산업을 명시적으로 제외해주는 방식”을 예로 들었습니다.
두번째 안은 좀더 전면적인 규제 완화입니다. 금융사의 부수 업무와 출자 가능한 자회사 업종을 엄격하게 제한한 현재의 열거주의(포지티브)규제가 아니라 완전한 포괄주의(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네거티브 규제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규제하거나 금지되지 않는 사항을 나열하는 규제체제입니다. 때문에 좀더 적극적인 규제완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완전한 무제한 진출을 가능케 하면 금산분리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기 떄문에, 각 회사별로 진출할 수 있는 한도 등에 대한 별도 규제와 함께 진출한 사업이 금융 본업에 위험으로 전파되지 않도록 당국의 위험 평가 과정이 함께 도입되어야 합니다. 이 경우 첫번째 안과 달리 은행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안은 첫번째안과 두번째 안을 적절히 섞어서 적용하는 것입니다. 금융사의 자회사 출자 가능 업종 규제는 포괄주의(네거티브 규제)로, 부수업무 범위 규제는 열거주의(포지티브)로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이같은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금융사들은 좀 더 다양한 신사업에 활발히 진출을 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은 다양한 비금융 아이티 기업들을 인수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KB국민은행은 한시적인 혁신금융서비스 인가를 받아서 알뜰폰 사업 ‘리브엠’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금융위의 사업연장 승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만약 금융사의 진출 범위가 확장되면 자유롭게 비금융사업들에 진출하면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업계 논의를 충분히 듣고 구체적 변화의 방향을 고민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연준 은행과 과장은 “세 가지 차원에서 고민이 있다. 금융사 혁신, 금융사 인력자원의 효율적 활용, 금융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회적 기여다. 이 세가지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당국은 의견을 폭넓게 들으면서 손에 잡히는 대안들을 만들어 나가는 단계적 접근법을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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