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 안전은 숫자도 분위기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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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30일 이른 아침, 중국 현지인 친구의 위챗(중국 현지 메신저 중 하나) 메시지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교통약자의 거동을 돕거나 어린아이를 위해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하지만, 주된 임무는 완장에 적힌 대로 '안전'을 사수하는 것이다.
10만명당 7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미국과 견줘 수치상으로만 판단하면 훨씬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국 역시 여행자들에게 이보다 더 안전할 수 없다는 극찬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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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주말인 30일 이른 아침, 중국 현지인 친구의 위챗(중국 현지 메신저 중 하나) 메시지에 눈이 번쩍 뜨였다. 이미 이태원 참사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피해가 커져 있었고, 사망자 수는 두 눈을 의심케 했다. 연락을 준 현지 지인들은 모두 상황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면서도 왜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그것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이런 대참사가 발생했는지 의아한 듯 보였다.
현지에서 경험한 중국은 공공안전에 매우 집착하는 나라다. 수도 베이징은 특히 그렇다. 모든 버스에는 붉은 완장을 찬 안전요원이 한명 씩 배치돼 있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 교통약자의 거동을 돕거나 어린아이를 위해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기도 하지만, 주된 임무는 완장에 적힌 대로 '안전'을 사수하는 것이다.
지하철 개찰구는 코로나19 핵산 검사 결과를 포함해 신분이 명확히 확인된 사람만이 짐 검사를 받은 뒤 통과할 수 있다. 열차에는 칸칸이 요원들이 배치돼 마스크를 차지 않았거나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곧장 제지한다. 돌발행동을 하는 한국의 이른바 '지하철 빌런'들을 이곳 베이징에서는 마주칠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는 대규모 인원이 운집하거나, 떠들썩하게 축제를 하는 것도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다.
이달 중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기간 중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쉬간루 중국 공안부 부부장(차관)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인구 10만명당 살인사건이 0.5건, 지난해 살인·강간 등 8대 주요 형사 범죄의 발생률은 10년 전 대비 64.6% 감소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10만명당 7건 이상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미국과 견줘 수치상으로만 판단하면 훨씬 안전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국 역시 여행자들에게 이보다 더 안전할 수 없다는 극찬을 받아왔다. 커피숍 자리를 비워도 테이블 위의 휴대전화와 지갑이 사라지지 않는 곳, 24시간 거리의 불이 꺼지지 않는 곳, 손쉽게 공권력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자화자찬까지. 그러나 지난 밤 오랜만의 열기를 만끽하려던 젊은 인파가 허무하게 길 위에서 스러졌고, 그 모습을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던 많은 사람들 역시 절망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전의 사전적 의미가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상태'라는 점을 떠올려본다. 하지만 사회가 지나치게 경직돼 별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시민의식에 기대어 무턱대고 낙관하는 것도 온전히 안전한 상태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안전은 숫자도, 분위기도 아니다. 안전이라는 말은 결코 어디에도 장담하며 갖다 붙여서는 안되며, 한참을 노력해 주의를 기울인 뒤 '안전했다'라고 뒤를 돌아보며 쓰는 것이 그나마 맞을 것이다. 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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