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태원 참사에 울컥…'야당 탄압' 문구 흰천으로 가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0일 국회 본청에서 긴급최고위원회를 열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 수습을 위한 초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검은색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 대표는 희생자에 대한 묵념 뒤 입장 발표를 하던 중 울컥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표는 입장문에서 “지금은 무엇보다 사고의 수습에 만전을 기할 때”라며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어 “사고 원인과 규명, 재발 방지 대책도 중요하지만, 사고 수습과 피해자분들의 치유와 위로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내부적으로도 정쟁과 정치 행사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야당 탄압 규탄! 보복수사 중단!’이란 기존의 걸개(백드롭) 문구를 흰 천으로 가린 채 진행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직후 “(민주당 명의로 거리에 건) 정치 구호성 현수막을 다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당 전국위원장 후보자 합동 연설회를 연기한 데 이어, 31일 ‘김진태 발(發) 경제위기 진상조사단’의 강원도청 방문 일정도 취소했다. 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대책위’도 “대통령실 앞 1인 시위는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당론 추인하려던 다음 달 1일 의원총회 일정에 대해서도 “정쟁 이슈가 얽힌 감사원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릴지는 재검토하겠다”(원내 관계자)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내부 행실 단속’에도 나서며 몸을 낮췄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조정식 사무총장은 각각 의원단 및 당직자, 선출직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음주, 취미활동 중단 ▶SNS 게시물 신중 게시 등을 지시했다. “참사 원인이 정확하게 조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성급하게 꺼냈다간 여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당 핵심 관계자)는 우려에서다.
민주당은 이날 박찬대 최고위원을 본부장으로 하는 ‘이태원 참사·수습 대책본부’도 출범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참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야권에선 이날 종일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차마 믿기지 않는 소식이다. 너무나 비통한 일”이라고 적었다. 대선 이후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핼러윈 기간에 많은 인파가 이태원에 몰릴 것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라며 “시민들의 이동을 안전하게 통제하고, 유사시에 대응할 준비가 잘 됐었는지 되짚어 볼 일”이라고 했다.
정의당도 31일 예정됐던 이정미 신임 당 대표 취임 관련 행사를 일제히 취소했다. 이은주 원내대표는 이날 사태수습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하며 “이번 참사는 세월호 이후 대참사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시민 안전 대참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선 이날부터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오전 8시쯤 페이스북에서 “백번 양보해도 이 모든 원인은 용산 국방부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라며 윤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글은 당 지도부의 요청으로 30분 만에 삭제됐다.
김 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 직후 남 부원장 게시글에 대해 “(지도부에서) 적절하지 못했다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국민의힘에선 “논평할 가치도 없는 말”(양금희 수석대변인)이란 비판이 나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했던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박 전 원장은 페이스북에 “어떻게 관계 장관이 이런 몰상식한 말을 할 수 있을까”라며 “이 장관은 입을 봉하고 수습에 전념, 그다음 수순을 준비하라”고 적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다음 달 1일 오후 2시에 전체회의를 열고 ‘이태원 핼러윈 참사’ 관련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 행안위는 이날 오후 여야 간사 협의를 마친 뒤 입장문을 내고 “우선 사고의 수습과 피해자 및 피해 가족에 대한 필요한 조치가 먼저라는 것에 여야가 공감했다”며 “필수 현장 요원을 제외한 소수의 관련 정부 관계자만 참석시켜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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