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혹한기 온다는데…삼성전자·SK하이닉스 정반대 행보
글로벌 경기 침체와 반도체 업황 위축 등의 영향으로 올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겨울 채비’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못 박았고, 이에 비해 SK하이닉스는 ‘투자 축소’를 통해 위기를 넘기겠다는 정반대 전략이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는 8조5676억원, SK하이닉스는 1349억원으로 나타났다. ‘어닝 쇼크’(실적 충격)을 기록한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10조8520억원)는 21%, SK하이닉스(1조6556억원)는 91% 내려앉은 수치다.
일부 증권사는 SK하이닉스가 올 4분기 적자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했다. 현실화할 경우 지난 2012년 3분기(-150억원)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올 4분기 322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급증하고 있는 메모리 공급 업체들의 재고 부담과 시장 점유율에 대한 과욕 등이 메모리 가격 하락 폭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연말 D램 업체 간 점유율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위기를 넘기 위한 각사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재고는 넘쳐나는데 수요가 적으니 반도체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이라, 일각에선 업체 간 ‘치킨게임’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단 두 회사는 DDR5 등 고부가 가치 제품과 차량용 반도체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과 투자를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하며 ‘새로운 봄’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27일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시점에서 수요가 위축된 것은 맞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SK하이닉스는 필수가 아닌 투자를 줄여 겨울을 나겠다는 기조다. 노종원 사업담당 사장은 지난 26일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해 4분기 D램과 낸드 출하량은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10조원)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2008~2009년(금융위기) 당시 업계의 설비투자 절감률에 버금가는 수준의 투자 축소가 이뤄질 것”이라며 “시장 환경에 맞춰 내년 상당한 규모의 투자 축소를 통해 수급 균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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