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수출 다시 막히나…러 "우크라, 흑해함대 드론 공격" 주장

한영혜 2022. 10. 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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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북부 라벤나항에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하역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주둔한 자국 흑해함대를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공격했다며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이 협정이 중단되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은 다시 막히게 된다.

로이터·A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2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이행돼 온 농산물 수출에 관한 협정에 더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다시 끊기면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곡물가격이 또 한번 요동칠 것으로 우려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결정에 대해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으로 기아 위기를 증폭시킬 것”이라면서 “협정은 유엔 협상으로 체결된 것인 만큼 그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협정 중단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이날 크림반도 남서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함대에 드론 공격을 시도해 일부 군함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들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키이우 정권(우크라이나)이 영국 해군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드론 16대를 동원, 흑해함대와 민간 선박에 테러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공격으로 기뢰를 제거하는 흑해함대 소속 소해함(기뢰 제거함)과 군차량 3대가 일부 파손됐다”면서 “해군 항공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드론 일부를 격추시켰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협정이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기에 협정 참여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드론 공격 주장을 즉각 부인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연설에서 “러시아의 터무니 없는 조치에 유엔과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사회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기근으로 위협하는 전략으로 되돌아가려는 명백한 시도”라며 러시아를 G20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중요 곡물 수출을 방해하는 행위는 전 세계의 식량난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러시아의 협정 중단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켜 식량을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럽연합(EU)도 성명을 내고 “모든 당사국은 중요한 인도주의적 노력인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떤 일방적 행위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밀, 옥수수, 해바라기씨유 수출국 중 하나다. 지난 2월 전쟁 발발 이후 흑해를 통한 수출 길이 막히면서 전 세계 식량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그러다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를 받아들여 흑해를 지나는 곡물 수출 선박의 안전을 11월 19일까지 120일간 한시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흑해 곡물 이니셔티브’ 협정을 체결했다. 곡물 수출 협정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900만t 이상의 곡물을 수출했다. 전쟁 발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세계 식량 가격도 상당 부분 안정을 되찾았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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