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애도기간 선포한 尹, “국정 최우선순위로. 원인 철저 조사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핼러윈 행사 참사와 관련해 “정부는 오늘부터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3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1층 브리핑룸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를 통해 “어젯밤 핼러윈을 맞은 서울 한복판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 입은 분들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정부 차원에서 애도기간을 선포한 것은 이명박 정부때 천안함 폭침 이후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소중한 생명을 잃고 비통해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장례 지원과 아울러 응급의료체계를 총가동해 부상자에 대한 신속한 의료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관계 공무원을 1대1로 매칭시켜 필요한 조치와 지원에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무엇보다 사고 원인의 파악과 유사 사고 예방이 중요하다”며 “사고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향후 동일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로 하여금 핼러윈 행사뿐 아니라 지역 축제까지 긴급 점검을 실시하고, 질서 있고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국민담화 직후 이태원 사고 현장을 둘러본 윤 대통령은 곧이어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모든 발표는 국민에게 정확하게 전해져야 한다”며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신속하게 신원을 확인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언론에 정확히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김 수석에 따르면 “정부 차원에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고, 모든 정부부처와 관공서에 조기를 게양하라”고 지시한 윤 대통령은 “중앙과 지방정부,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에서도 가급적 국가 애도 기간 중에는 행사와 축제를 자제하도록 협조요청을 하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외국인 사망자와 부상자에 대해 윤 대통령은 “주한 공관에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북 봉화의 광산 매몰 사고를 언급하며 “현재까지의 구조 상황을 점검한 뒤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구조작업에 임해달라”며 “국가가 단 한 분의 생명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사고 수습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실은 이번 주 일정을 전면 재조정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오늘 열릴 예정이던 당정 협의도 바로 연기한 것처럼, 사고수습이나 후속 조치와 깊은 관련성이 없는 일정은 재조정하고 최우선 순위에 전념하겠다”며 “윤 대통령이 사건 직후부터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는 중인데, 24시간 대응체제를 계속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대본 회의 후 한덕수 총리는 관계부처 장관 합동 브리핑에서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11월 5일 24시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며 “서울시 내에 합동 분향소도 설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 총리는 “애도 기간에는 전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서울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사망자 유족과 부상자에 대한 치유지원금 등 필요한 지원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대본의 활동과 관련해서 한 총리는 “모든 사안이 제대로 수습되고, 국민이 만족할 만한 제도적 개혁 등 모든 것이 이뤄질 때까지 존치할 것”이라며 “장례절차 등을 잘 추진하고, 부상자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총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원인과 관련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며 “어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여러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경비병력의 상당수는 광화문 쪽으로 배치돼있었고, 이태원은 평시와 비슷한 수준이 배치됐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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