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폭 3.2m"에 尹 말문 막혔다…새벽 동선도 실시간 공개
2014년 세월호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 참사로 기록된 ‘이태원 핼러윈 행사 사고’ 직후 대통령실은 24시간 비상체계를 가동했다. 29일 22시 15분경 사고가 발생한 뒤부터 30일 오전 10시 2분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약 12시간 동안 대통령실이 공개한 대통령 지시 사항만 7차례에 달했다. 그중 ‘긴급’이란 단어가 붙은 경우가 두 차례였고, 지시 간격이 15분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30일 새벽 윤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출근 시각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러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한 동선까지도 언론에 공지했다. 긴박한 대응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한 것인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모든 발표는 국민과 언론에 정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尹, 출근 시간과 새벽 동선까지 공개
사고 발생 직후 관련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의 1차 긴급지시는 29일 23시 36분경 기자단에 공지됐다. 사고 발생 약 1시간 20여분 뒤로, 행정안전부 장관을 중심으로 피해 시민에 대한 신속한 구조와 치료를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점차 사상자가 늘어나자 윤 대통령은 40분 만인 30일 0시 16분경 “보건복지부는 응급 의료체계를 신속하게 가동하고 인근 병원의 응급 병상을 확보하라”는 2차 긴급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다시 40여분 뒤인 0시 58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조금 전 용산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로 나와 이태원 사고 관련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출근 시각’을 공개한 것이다. 대통령실의 한 수석은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재난 대응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며 대통령실 전 직원의 출근 지시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위기관리센터가 위치한 지하 벙커로 출근해 관련 보고를 받고 현장 CCTV를 살펴보며 보다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의 3차 지시가 공개된 시간은 새벽 1시 23분. 윤 대통령은 “최우선 상황은 환자 후송과 구호”라며 “앰뷸런스 이동로를 확보하기 위한 교통통제를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15분 뒤 다시 “환자 이송 및 치료 목적 외 사고 주변에 일체 차량과 인원을 철저하게 통제하라”는 윤 대통령의 4차 지시사항이 공지됐다. 윤 대통령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통화하며 “대형 소방차량도 구급차의 신속한 이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현장에서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구조대가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져 사망자가 늘어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주변 참모들에게 “더 많은 시민들이 심폐소생술(CRP)을 할 수 있다면 사망자가 줄어들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안타까움도 표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오전 2시 29분엔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기 중인 정부서울청사 상황실로 이동 중”이라며 윤 대통령의 실시간 동선을 공개했다. 경호상 특정 장소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의 이동 상황이 공개되는 건 이례적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고, 대통령실은 오전 3시 52분 “한덕수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수습 본부를 즉각 가동하라”는 윤 대통령의 여섯 번째 지시사항을 공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아 애태울 가족들을 위해 신속한 신원확인 작업도 진행해달라라”고 당부했다. 만 17세 미만 미성년자로 주민등록증이 없어 신원 확인이 어려운 사망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리 폭은 3.2m” 보고에 한숨 내쉰 尹
윤 대통령은 이후 정부서울청사를 다시 찾아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쳐 가족을 잃어 슬픔에 잠긴 유가족과 부상자 한분 한분을 각별하게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실시간 보고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통령실은 24시간 대응체계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석재왕 건국대 안보재난관리학과 교수는 “자연재해뿐 아니라 대량 인명 피해가 발생한 핼러윈 행사 사고 역시 국가 재난이라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아 압사 사고의 재발 우려가 큰 만큼 철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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