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에 묻힌 레고랜드 기밀'… 민주당, '김진태 발(發) 금융위기' 진상규명 가능할까?
강원도, "멀린 등 3자 협의·동의해야 공개 가능‥GJC에 대한 경영권도 없어"
민주당, '진상조사'·'국정감사' 계획에 "이재명 사법 리스크 벗어나려는 '국면 전환용'" 지적
[아시아경제 라영철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강원도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회생 신청 결정으로 촉발한 '자금 시장 위기' 진상규명을 위해 '김진태 발(發) 금융위기' 긴급 진상조사단을 지난 26일 출범했다.
민주당은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정치적 의도에 의한 고의부도'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김종민 의원과 오기형 의원을 각각 위원장과 간사로 선임했다.
민주당의 이런 의혹 제기에 강원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반박했지만, 민주당은 더 나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국정조사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김 지사를 향해 "불순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 일어난 고의 부도 사건이다", "경제와 금융 시장에 가져온 대혼란에 책임을 지고 하루빨리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채무불이행 선언은 김 지사의 직권남용 및 배임일 수 있다"라며 총공세를 펴고 있다.
진상조사단의 구체적인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진상조사를 하려면 레고랜드 관련 계약 내용에서부터 그간의 과정들을 모두 확인하고 결과까지 공개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진상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레고랜드 운영사인 영국 멀린과의 계약 내용 중에 기밀 유지 등이 포함돼 이를 어기면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진상조사를 위해 공식적으로 자료를 공개하려면 멀린과 강원도, GJC 3자가 협의를 해야 하고, 모두 동의해야만 가능하다"며, "도가 가진 자료도 미미하지만, 누가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줄 수도 없다"고 밝혔다.
협약 내용에 '비밀'이라는 기본 전제가 깔린 데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어느 일방이 감사하듯이 내놓으라고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지사도 그간 기자회견 등에서 "처음부터 보증채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고,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는 걸 설득하는 과정에 의외의 사태가 생긴 것"이라면서도 레고랜드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정광열 강원도 경제부지사도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강원도가 GJC에 대한 경영권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채무는 모두 갚아줘야 하는 구조다 보니, GJC의 구체적인 재무 상태나 현금 흐름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문순 전 지사가 'GJC는 재무제표상 흑자 기업'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GJC의 재무 상태는 적자가 심해지는 상황으로 GJC의 모든 자산을 매각해도 채무를 다 갚지 못한다. 그건 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원도가 경영권이 있고 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면 GJC에 대한 기업 회생 신청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고, 이번 (동부건설의 준공대금) 136억 원 부도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와 강원 지역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최 전 지사가 적극적으로 유치한 레고랜드 사업이 선사 유적지 발굴 등으로 수년간 봉착하면서 자금난을 겪자, 영국 멀린사가 대신 자금을 투입했다.
멀린사의 요구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강원도의 수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전 지사가 멀린사에 끌려다니는 등 굴욕적인 '불공정 계약'까지 하며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도 안팎에서 계속돼 왔다.
혈세 낭비 레고랜드 중단촉구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강원도 출자기관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하중도 관광지 안 레고랜드 인근 상가 부지 6만 7600㎡를 2개 업체에 837억 5000만 원에 매매 계약했다"며 "도의회나 도민에게 어떤 보고도 없이 비밀리에 도유지를 특정 기업에 매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지사를 포함해 레고랜드 사업에 관여한 이해 당사자들과 특정인 외에는 실체적인 내용들을 모르기 때문에 사업 초기부터 여러 의혹이 확산한 것도 사실이다.
앞서 지난 6월 김기선 새로운강원도준비위원장도 레고랜드 유치 과정과 관련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고 납득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불공정한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지고 추진됐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관련 내용이 공개돼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불공정 계약'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온 점과 기밀 유지가 포함된 점 등을 볼 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도 이 때문에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진상조사'와 '국정감사' 계획을 밝힌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깊어진 정치적 위기감을 벗어나려는 '국면 전환용'"이라는 분석과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김 지사로 인해 자금 시장 위기가 초래된 점을 언급함과 동시에 정부에 '야당탄압' 중단과 협치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대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물가, 환율, 이자 부담에 더해서 '김진태 발 금융위기' 때문에 자금시장이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면서 "정쟁에 빠져서 정치보복, 야당탄압에 국가역량을 소모할 것이 아니고 초당적 정치로 국가적 위기를 넘어가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에 최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유동규의 진술이 하나둘씩 나오며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자, 국민적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민주당이 '민생문제'와 '무능 정부'를 부각해 국면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태 파장이 이어질수록 차라리 진상조사를 통해 레고랜드 사업의 전말을 낱낱이 밝혀내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 잘못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확산하고 있다.
강원=라영철 기자 ktvko258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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