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사진 보여주며 생사확인…외동딸 참변에 엄마는 기절
무남독녀 외동딸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60대 A씨(여)는 “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가슴을 쳤다. 새벽 5시 연락이 끊긴 딸을 찾아 실종자 접수처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 나왔다는 A씨는 오후 1시20분쯤 딸이 사망자 명단에 포함됐음을 알게 된 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명단에서 딸의 이름을 다시 확인한 A씨는 끝내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A씨를 안은 남편도 “내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냐”라며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A씨는 10여분 만에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휠체어를 타고 실려 나갔다.
사망자 명단 확인 뒤 오열 잇따라
사망을 확인한 유가족들은 “어떡해” “이건 아니다”라며 오열하며 통곡했다. “내 딸이 왜”라며 소리치던 한 어머니의 절규는 실종자 가족만 들어갈 수 있는 사무실 바깥으로도 새어 나왔다. 사망자 명단을 본 뒤 엘리베이터 앞에 선 어머니는 벽에 얼굴을 묻고 아들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한남동 주민센터에 나온 공무원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사망자 151명의 지문 채취를 통해 이날 낮 12시쯤 140명의 신원을 파악했다. 소지품 분실 등 문제로 신원을 제대로 알 수 없는 10여명에 대해서는 시신 사진을 가족이 지닌 사진 등과 대조해 가족을 찾아가고 있다. 현장에 있던 대통령실 관계자는 “유가족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그들을 위해 최대한 빠르게 신원 확인을 마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들어온 실종 신고는 3580건(전화 3493건·방문접수 87건)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02-2199-8660, 8664∼8678, 5165∼5168 등 20개 전화 회선과 120 다산콜센터를 통해 실종 신고를 받고 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사망자 명단이 확인되면서 주민센터에서 대기하던 실종자 가족 수는 줄어들었다”면서도 “전화 접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상자 통보가 개별적으로 진행되면서 일부 가족은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오전부터 한남동 주민센터를 찾은 실종자 가족 중에는 서울 시내 각 병원과 장례식장, 경찰서, 이태원 일대를 전전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광주에서 올라온 27세 조카를 찾으러 왔던 이병흥씨는 “부상자 명단 등에 대해서도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전날(29일) 여자친구와 ‘핼러윈 데이트’를 나왔다가 실종된 20대 친구를 찾던 한 남성은 “새벽부터 서울 병원과 (시신이 안치된) 체육관을 다 돌고 왔다. 연락이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라는 건지 속이 타들어 간다”며 한숨을 쉬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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