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참사에 충격 휩싸인 與 “비통하다…정쟁 자제하자”
29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행사 참사’에 여권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여당 인사들은 30일 일제히 희생자와 유가족에 애도를 표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는 비통함이 감돌았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정부·여당의 한 책임자로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며 “사상자 중에는 휴일에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나간 꽃다운 젊은이들이 많았고, 참으로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사상자 구조에 만전을 기하고, 불요불급한 행정보고나 불필요한 현장 방문으로 사고 수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한 분석도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후 취재진과 만나 “전 당원협의회에 불요불급한 행사와 축제의 자제를 지시했고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며 “이달 초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축구장 (압사) 참사에 대해 남의 나라 일로만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도심 한복판에서 참사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충격적이고 비통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하겠다”며 “비통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 사고 수습과 사상자 대책에 집중하고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공개회의는 약 5분 만에 끝났고, 회의에 참석한 비대위 인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이후 같은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TV 생중계를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당권 주자들도 한 목소리로 애도를 표하고, 후속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마음이 무너진다”며 “정부가 중심이 돼 사고 수습에 행정 역량을 총동원해달라.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한마음이 돼야 한다”고 적었다. 김기현 의원은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서울시를 중심으로 모든 관계부처와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신속한 구조와 치료로 소중한 생명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21세기 대한민국, 그것도 서울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그동안 관계 당국의 사고 예방에 대한 대처가 충분했는지 검토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소식을 듣자마자 의사로서 본능적으로 새벽에 이태원 부근 순천향병원에 갔다”며 “도움이 되고 싶었지만, ‘사고가 나자마자 조처하지 않으면 돕기 힘들다’는 의료진의 말에 무력감을 절감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수많은 생명이 사라진 아비규환에 할 말을 잃었다”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비극을 예방할 수 있는 사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적었다.
윤상현 의원은 “한명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돌아가신 분들과 가족을 위로해드려야 한다”고 했고, 조경태 의원은 “모든 분야의 안전에 대해 최고의 시스템을 구비하도록 철저한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울 용산구가 지역구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어젯밤 이태원에서 있어서는 안될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며 “너무나 무겁고 마음이 참담하다. 정부, 서울시, 용산구와 협력해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참사를 맞아 여야 정쟁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한민국 모든 사회가 하나로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며 “어떤 탓으로도 이 사회적 슬픔을 위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양 대변인은 이날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청와대 이전”이라는 취지의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가 삭제한 것을 두고는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기현 의원은 “정치권에서 과도한 정쟁을 멈출 것을 제안한다. 저도 애도 기간에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견 제시를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한 국가 애도 기간은 30일부터 다음 달 5일 자정까지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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