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어디있나" 극우 음모론자의 습격…美, 정치적 폭력 공포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남편을 습격한 괴한이 '극우 음모론'에 심취했다고 알려지면서 미국에서 '정치적 폭력'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오는 8일(현지시간) 중간선거를 열흘 앞둔 시점에서 민주당 등 미 정치권은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28일 펠로시 의장의 샌프란시스코 자택에서 남편인 폴 펠로시를 습격해 현장에서 체포된 데이비드 데파페(44)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반유대주의와 여성에 대한 비난, 2020년 대선 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큐어넌(극우 음모론 단체)' 음모론을 잇달아 게시했다고 로이터·AP 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그는 내달 1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데파페는 폴 펠로시를 공격하기 전에 "낸시는 어디 있나?"라고 했고, 이후 둔기로 폴을 공격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에 따르면 폴은 데파페가 휘두른 망치에 맞아 두개골 골절 등의 부상을 입었으며,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낸시 펠로시 의장은 이날 동료 의원들에 보낸 편지에서 "괴한이 우리 집에 침입해 나를 찾았고, 남편 폴을 잔인하게 공격했다"며 "남편의 생명을 위협하는 공격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상태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폴 펠로시에 대한 공격은 최근 미국 정치인에 대한 위협과 괴롭힘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런 위협이 실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전했다. 특히 데파페가 침입 후 "낸시는 어디 있나?"라고 말한 것은 정치적 폭력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극단주의 단체의 폭력을 연구해온 피터 시미 채프먼대 교수는 "이번에 펠로시 자택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우리가 정말로 위기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지표들이 많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에서 정치적 폭력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지난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폭동사건 이후 미국 정치인에 대한 위협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실제 2016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5년간 연방 의원에 대한 협박이 10배 이상 늘었으며, 지난해엔 9625건을 기록했다고 의회 통계를 인용해 전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오는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앞서 2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펠로시에 대한 공격을 비난하면서 "공화당의 '선거 사기' 주장이 정치 환경을 망가뜨리고 있다"며 "양심 있는 이는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정치적 폭력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도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이 분노와 두려움을 갖도록 하고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으로 정치인에 대한 악의적 공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의원과 그 가족에 대한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 안나 에슈 하원의원은 WP에 근거없는 음모론과 비난이 정치인에 대한 악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이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같은 당의 다이애나 디겟 하원의원은 "폴 펠로시는 집에 혼자 있었다"며, 의원 가족에 대한 안전장치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폴 펠로시에 대한 공격 후 일부 공화당 의원은 낸시 펠로시 의장을 조롱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을 이용했다며, 그들의 태도에 "매우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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