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쓸어내린 괴산 "지하 11㎞ 발생, 흙집 적어 피해 안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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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소리 후 우르르 “폭탄 터진줄 알았다”
“여진이 있을까 봐 밤새 걱정했어요. 추가 피해 없이 지나가서 다행입니다.”
충북 괴산군 괴산읍에서 진도 4.1의 지진을 겪은 노모(66)씨는 30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전날 오전 8시27분쯤 괴산 북동쪽 11㎞(장연면 조곡리) 지역에서 규모 3.5와 4.1 지진이 발생했다. 노씨는 “목욕탕에서 면도하고 있는데 콘크리트 벽을 세게 때리는 듯한 ‘쾅’ 소리가 크게 나더니 건물이 2초 정도 흔들렸다”며 “폭탄이 터진 줄 알고 밖으로 황급히 나오려다가, 지진 경보 문자를 받고서야 지진이 난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날 지진 여파로 충북 괴산과 인근 충주에서 주택 지붕파손, 벽체균열, 유리파손 등 14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주로 노후한 건물 벽에 금이 가거나, 슬레이트 지붕을 고정했던 기왓장이 떨어지는 경미한 피해였다. 괴산군은 군청 직원과 읍면장 등 70여 명이 비상근무를 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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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 피해 14건…괴산군 직원 70명 비상근무
진앙지와 가까운 장연면 조곡리 주민들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곳엔 55가구, 주민 109명이 살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차덕열(73) 이장은 “조곡리에서 오래 거주한 어르신들은 20년 전에도 경미한 지진이 있었지만, 어제처럼 큰 지진은 처음 겪는다고 걱정을 하셨다”며 “여진이 뒤따르면 경미한 균열도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서,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있는지 집집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괴산 주민은 경북 경주 지진(2016년·진도 5.8)이나 포항 지진(2017년·진도 5.4) 때처럼 큰 피해가 나지 않은 것에 안도하고 있다. 한 주민은 “진도 4.1의 지진을 겪고도 피해가 작은 것은 천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모(60)씨는 “지진이 나고 출향인으로부터 안부를 묻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인명 피해가 나지 않아서인지 주민들이 동요하지 않고 안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구조기술사와 건축사 등이 포함된 건축안전자문단과 함께 피해가 발생한 건축물 안전점검을 한다. 균열이나 기울기, 침하는 물론 담장·옹벽·석축의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괴산댐 등 도내 저수지 749개 긴급 점검 결과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서용석 충북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이번 지진은 광주광역시 남쪽 서해안~강원 태백으로 이어지는 길이 400㎞, 폭 50㎞의 옥천변성대 활성단층의 일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리히터 규모 4.1 지진은 허름하게 지은 집이 일부 균열이 가는 수준”이라며 “통상 진원 5㎞ 이내서 지진 발생하면 지표에 큰 피해가 발생하지만, 이번 지진은 깊이가 11㎞로 지각에서 나온 진동이 지표로 나오면서 상당 부분 분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지진 발생일 앞 뒤로 비가 오지 않은 점, 농촌 주택 개량 사업으로 흙집이 적어진 점도 피해가 크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괴산=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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