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앞두고 인권 논란 재점화…FIFA는 ‘모르쇠’
카타르월드컵 본선 개막(11월210일)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개최국 카타르가 또다시 인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다.
로이터 통신은 29일 “카타르 정부가 월드컵 관광객 숙소가 몰려 있는 알만수라 지역 인근에 거주하던 외국인 노동자 1200여 명에 대해 강제 퇴거 조치를 시행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노동자들은 “카타르 당국이 우리가 살던 아파트 10여 동을 강제로 소개시켰다. 대체할 거주지를 정해주지 않은 채 ‘이틀 내에 무조건 집에서 나가라’며 위협했고, 해당 지역에 대해 문을 잠그고 전기를 끊는 등 사실상의 폐쇄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퇴거 조치를 받은 노동자들은 대부분 아프리카 또는 아시아 출신으로, 별도의 숙소를 마련해주는 대형 건설사 직원이 아닌 하청업체 등 소규모 건설사 소속으로 알려졌다. 살던 것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났지만, 당장 생활할 곳이 없어 노숙을 해야 할 처지다.
카타르 정부는 “해당 지역 개선 프로젝트의 일환이며, 월드컵과 상관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노동자 인권 침해 논란 관련 질의를 받은 국제축구연맹(FIFA)은 입을 다물었고,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정부에 문의하라”며 말을 돌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동의 외국인 노동자 인권단체 ‘이주자 권리 프로젝트’는 “(노동자 강제 퇴거 조치는) 현재의 카타르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나라라는 사실을 숨기고 호화로운 겉모습만 보여주려는 것”이라면서 “사전 통보도 없이 노동자 거주지를 폐쇄한 건 비인도적인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는 개막을 앞둔 카타르월드컵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카타르에 거주하는 인구 300만 명 중 85% 가량이 외국인 노동자라 관련 논란은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8곳의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열악한 근무 환경 탓에 65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덴마크는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착용할 유니폼에 카타르 인권 문제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홈과 원정 유니폼 이외의 서드(3rd) 유니폼은 검정색으로 결정했는데, 이는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사망한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독일에선 정부 관계자가 “카타르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권 문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프랑스에선 파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카타르월드컵 길거리 중계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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