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 조치만 있었어도..."사람은 많았고, 경찰은 적었다"
[곽우신 기자]
▲ 통제되고 있는 이태원 참사 현장 30일 오전, 압사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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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제되고 있는 현장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 인근이 경찰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방통행 등의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참사를 키웠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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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골목이 원래 불안불안했다. 사고가 날 것 같았다."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를 정리하던 한 환경미화원은 "저 경사로가 원래 비만 좀 오면 사람이 넘어지는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반대쪽 골목보다 이쪽 골목이 훨씬 사고가 많이 난다. 술집이나 음식점이 좁은 공간에 더 몰려있기 때문"이라며 "주말만 되어도 사고가 나는 곳인데 어제는 특히나 사람이 많다 보니 사고가 날 것 같았다"라고 주장했다. 참사가 난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는 30일 오후 현재까지 전면 통제 중이다.
경찰을 포함한 행정당국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들로부터 '이 사건이 인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피할 수 있었던 참사라는 생각을 갖는 국민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라고 답했다.
"그 전에도 핼러윈 축제가 있었지만, 이러한 참사는 처음이 아니었느냐"라며 "많은 국민이 의구심도 가질 것이고, 안전과 관련해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았느냐"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용산경찰서에서) 대통령 경호 인력이 빠지는 바람에, 경찰력이 제대로 동원되지 않았다'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지금은 우리가 말을 아끼고, 문제를 해결하고, 수습하고, 그리고 애쓰셨던 우리 경찰들과 소방대원들에게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모두가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답했다.
용산경찰서 "10만 명 몰려 세부적 통제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고 현장의 교통통제 특히 인파가 몰린 골목길에 방향유도·일방통행 등의 통제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용산구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주·정차 단속 같은 기본적인 질서 유지에는 관여하지만, 교통통제나 통행 관리는 용산구 소관이 아니다. 경찰 측의 담당"이라고만 밝혔다. 용산구청은 지난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장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교통통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200여 명의 경력이 투입됐지만, 10만 명의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세부적인 통제까지는 잘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 시민들의 추모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시민들이 꽃과 술잔을 올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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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의 추모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시민들이 꽃과 술잔을 올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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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30일 오후 2시 18분]
"세월호 때도 그러더니…. 안타까워서 어떡해?"
이태원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한다는 50대 여성 A씨는 기자에게 "세월호 참사 때처럼 어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다쳐서 마음이 아프다"라며 "어제 문 닫고 나올 때도 사람이 좀 많다 싶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가버려서 어떡하느냐"라고 한숨 쉬었다.
그는 "강남 같은 곳은 핼러윈 행사를 하더라도 골목이 넓어서 사고가 안 난다고 하더라. 그런데 여기(이태원) 골목은 엄청 좁지 않느냐"라며 "사람에 비해 경찰이 적다 싶기는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태원 상권이 최근 조금씩 다시 살아나고 있었는데, 이번 사고로 인해 다시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장사 준비를 위해 본래 나오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왔다는 그는, 사고 현장 폴리스라인 밖에서 오가는 경찰들과 기자들을 한참을 쳐다봤다.
현장 근처에 사진기자를 방금 내려다줬다는 택시기사 이아무개씨 역시 "처음에 환자가 발생했다는 속보를 들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사망자가 많이 나올 줄 몰랐다"라며 "학생들을 구조했다고 하던 세월호 참사 때가 자꾸 떠오른다"라고 이야기했다. "코로나19(관련 규제)가 많이 풀리면서 사람들이 몰려들 것을 알았을 텐데, 실내도 아니고 실외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게 이해가 안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에서 세월호를 떠올리고 있었다. 예고된 인재였으나 막지 못했고, 다수의 젊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안전사회'를 만들겠다던 국가의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못했다.
▲ 통제되고 있는 이태원 참사 현장 30일 오전, 압사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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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근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며 혼란스러웠다. 눈물을 글썽이며 휴대전화로 현장을 기록하는 여성, "여기 아무것도 없어, 어떡해"라며 발을 구르는 남성, 채 다 지우지 못한 분장으로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담배를 피는 사람, 무덤덤한 표정으로 길을 걷는 이들까지 눈에 띄었다.
▲ 휴업에 들어간 가게 30일 오전, 압사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길 현장 인근의 한 카페가 휴업을 공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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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가게들이 문을 닫은 채였고, 문을 일찍 연 몇 안 되는 가게의 주인과 종업원들은 유리창 밖으로 사고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카페에는 "안타까운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며 오늘 하루 휴업합니다"라며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가게 문 앞에 붙어 있었다.
"경찰 거의 보이지 않았다... 나도 당할 수 있던 것 아니냐"
이번 사고를 두고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열리는 첫 핼러윈 행사였다.
한 20대 남성은 "어제 친구들과 저쪽(사고가 난 골목)으로 들어가려다가 도저히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다른 쪽으로 가서 놀았다"라고 "그곳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원래 계획보다 일찍 빠져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도 사람들 관리하고 통제한 건 근처 술집이나 클럽에서 나온 분들이었지, 경찰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라며, "청와대를 옮기면서 경호 인력 때문에 어제 경찰이 적게 투입됐다는 게 진짜냐?"라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저러다 사고 나겠다' 싶었는데 정말로 이렇게 사고가 나서 좀 무서웠다. 나랑 친구들도 당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통제되고 있는 이태원 참사 현장 30일 오전, 압사 참사가 난 이태원 골목길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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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압사사고 현장을 찾아 소방과 경찰의 설명을 들으며 살펴보고 있다. |
ⓒ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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