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젊은이들, 바로 옆에 시신 보고도 코스튬 차림으로 사진 찍고 놀고 있더라"

김하나 2022. 10. 3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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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가보니…가족 생사 확인하려는 시민들의 눈물겨운 사투
"아들 지금까지 휴대폰 전원 끊겨" 망연자실…"딸 전화 받지 않다 이제 막 받아" 안도의 한숨
목격자들 "가만히 있어도 밀릴 만큼, 숨 못 쉴 정도의 엄청난 인파" "CPR 할 줄 몰라 사람들 나르기만"
사망자 시신, 서울·경기 39곳 병원에 분산 안치…병원마다 유족들의 분통·통곡·절규 끊이지 않아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압사 사고 발생했다. 30일 오전 경찰이 사고 현장 인근을 통제하고 있다.ⓒ데일리안

30일 오전 데일리안 기자가 찾은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은 전날 밤 아비규환의 상처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경찰과 소방, 구청 관계자들은 출입을 통제하며 사고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이태원역 곳곳에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시민들의 눈물겨운 사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오전까지 사망자는 151명, 부상자는 82명으로 집계됐다.


연락이 두절된 자녀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방배동에서 이태원동으로 찾아왔다는 남성 A씨는 이날 오전 통제된 현장 인근에서 데일리안 기자와 만나 "28살 아들이 전날 이태원과 홍대 둘 중 한 곳에 간다고 했다. 평소에 연락 안 받는 일 없는데, 지금까지 휴대폰 전원이 끊겨 있다"며 "아침 8시 38분께 일어나 뉴스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 이 곳까지 오게 됐다"고 전했다.


중구 신당동에서 딸의 생사를 확인하려고 사고 현장을 방문한 B씨는 "평소 딸이 이태원에 한달에 한 번은 가는데 어제(29일) 오후 9시 15분께 집에서 딸이 나갔다"며 "딸이 지금까지 전화를 받지 않다가 이제 막 전화를 받았다. 지금 다리에 힘도 없고 토할 것 같고 말도 안 나온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길을 지나가던 행인들은 자녀의 생사를 확인한 B씨에게 "정말 다행이다"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인파 사이에 껴있었다는 주모(25)씨는 "해밀턴호텔 근처 골목에 있었는데 30분 이상 끼어 있었다"며 "숨을 못쉴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씨는 "여기저기서 밀고하던 상황에서 앞에서 한 명이 넘어지자 사람들이 그대로 밀려났다"며 "사람들이 한꺼번에 깔려있었는데도 오히려 사람들이 앞뒤로 밀려들어왔다. 나는 그냥 나오는게 도저히 안 돼 힘으로 겨우 밀고 나왔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40분께 사고 현장의 골목에 있었다는 20대 목격자는 "담배를 피러 나왔다가 '남자분들 도와주세요'라는 소리가 들려 저도 나섰는데, 30여명의 사람들이 계속 실려나오고 CPR을 받았다'"며 "사람의 숨이 멎으면 혈색이 안 좋아지는데 저는 CPR을 할 줄 몰라 사람들을 실어나르기만 했다. 살아 있는 사람보다 시체가 더 무거웠다. 사람들이 길가에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려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 30일 오전 경찰이 사고 현장 인근을 통제하고 있다.ⓒ데일리안

이태원동에서 10년 넘게 거주했다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카리드(44)씨는 "사람들이 이태원역 인근 도로에 여기저기 쓰러져 있고 심지어 바로 옆에 죽어 있는데도 코스튬을 입고 나온 젊은이들은 그걸 보고도 사진을 찍고 놀고 있었다"며 "이런 장면은 세계 어디에서도 처음 봤다"고 전했다. 그는 "이태원동에 10년간 거주하면서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린 것은 처음 봤다"며 "뒤에서 밀어서 일단 참았는데, 가만히 있어도 그냥 밀려나갈 만큼 엄청난 인파였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는 이 같은 사태에 미리 대비하지 않은 서울시 등 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은 40대 남성 C씨는 "3년 만에 코로나가 끝나고 노마스크로 나오는 핼러윈 축제였고, 경찰 추산 10만명 운집이 예고된 상황에서 서울시에서 안전대책을 왜 강구하지 않았느냐"며 "시청이나 구청에서 사전 대책을 세우지 않고 안일하게 수수방관하며 넘어가다 10대, 20대 젊은이들 죽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용산구에서 12년 거주했다는 60대 김모씨도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역 뒷골목은 보행로 폭이 4m 안팎으로 매우 좁아 안전사고 위험이 늘 상존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미리 예상할 수 있었기에 이건 전적으로 예견된 참사, 인재(人災)라고 봐야 한다"고 분노했다.


한편,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신원 확인이 늦어지면서 가족과 지인을 찾으려는 시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더욱이 사망자의 시신이 서울과 경기 지역 39곳의 병원에 분산 안치되면서 사망자 확인에 더욱 시간이 걸리자 병원마다 유족들의 분통과 통곡, 절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사망자 151명은 일산동국대병원(20명), 평택제일장례식장(7명), 이대목동병원(7명), 성빈센트병원(7명), 강동경희대병원(6명), 보라매병원(6명), 삼육서울병원(6명), 성남중앙병원(6명), 순천향대병원(6명), 한림대성심병원(6명) 등 39개 병원에 분산 안치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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